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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작품의 존재 형태] ()


예술 작품이 단지 그 자체로 존재하는 ‘주관으로부터 독립’된 존재물이 아니라는 것은 상술한 것에서도 이미 분명해졌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주관에서 독립한 존재로서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바꿔 말하자면, 예술 작품은 그 본질부터가 콘라트(Waldmar Konrad)가 말하듯이, 관념적인 ‘지향적 대상성이라는 의미에서의 대상’(ein Gegenstand im Sinne inte ntionaler Gegenständlichkeit)이지만, 그것이 우선 우리 지각에 부여된다는 의미에서 역시 물(物,Ding)로서의 성격도 갖고 있다고 생각된다. 하이데거 말을 빌리자면, “예술작품은 그것이 존재하는 것인 한 역시 하나의 물이다."라고 할 수 있다. 이로부터 예술 작품의 ‘존재 방식’이 주요한 문제로 제기되었는데,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가상설이다.
예를 들면 E, v. 하르트만은 미라는 것은 주관으로부터 독립된 객관적 대상에 있지 않고, 객체로부터 독립된 순수한 주관적인 산물에 있는 것도 아니며, 주관과 객관의 일치된 융합에 있다고 한다. 이러한 독자적인 미 본연의 상태를 가상(假象, Schein)이라고 한다. 그리고 미적인 것이 존재할 만한 곳인 ‘미적 가상’(ästhetischer Schein)은 객관적 현실에서도, 그리고 주관적 현실에서도 추상될 때 순수한 것으로 된다고 한다.
그런데 어떤 대상이 실재성의 인상(Realitäteindruck)을 주는 것처럼 표현되는 경우라도, 그것을 실재물 그 자체로 착각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예술 작품을 어떤 실제의 단편으로 받아들일 때 미적ㆍ예술적 태도가 지양되는 것은 명백하다. 카인츠는 우리들 마음이 예술을 관조할 때 ‘표현의 현실 유사성(Wirklichkeitsnabe)에 의해 사로잡히게 되는 것’은 작품을 완전한 현실물로서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인 듯한 것’(Als-ob-Wirk-lichkeit)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리고 대상이 현실적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현실에 있는 듯이 받아들이게 된다는 의미에서 미적 대상의 가상성을 설명하고 있다.
대상이 실재적ㆍ현실적인 것이고, 또 그렇게 받아들여지게 된다면, 대상과 관조자 사이에 일정한 거리를 둘 수 없게 되며, 대상은 어느 정도는 직접적 반작용을 일으켜서 미적 정관을 저해할 것이다. 그러므로 미적 대상은 가상으로서의 본연의 상태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미의 가상성은 바로 미적 작용의 표징으로 알려진 정관성(靜觀性) 혹은 무관심성의 대상적 측면에서 상관자이다. 폴켈트의 미적 규범론에서도, 미는 주관적 측면에서 ‘현실 감정의 비실재화’(Irrealisierung des Wirklichkeitsgefühls)라고 규정됨에 따라, 객관적 측면에서는 ‘가상의 세계’이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이 가상은 물질적인 소재성을 떠난(stof flos) 순수형식이며, 실재적인 관심과, 의지로부터 자유로운(Willenlos) 대상이고, 대상 그 자체의 본질이 아니라 그 표면적 형상만이 문제시 된다는 의미에서 인식으로부터 자유로운 대상이다. 이러한 점들에서 가상은 일상생활 현실의 무게(Schwere)나 조야함(Grobheit)에서 고양된 존재로 된다. 이러한 가상의 세계는 말하자면 감각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의 중간 영역에 있고, 거기에서 비로소 정신적 내포가 아무런 억압 없이 감각적 형식 속으로 파고 들어갈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형식과 내용은 이 가상의 세계에서 비로소 완전한 결합을 보게 된다.
이리하여 가상은 이 말이 일반적으로 오해를 사고 있듯이, 어떤 비현실적ㆍ비실재적인 것을 현실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Fürwirklich-halten)이나 실재와의 혼동(Verwechselung mitder Realitat) 속에서 성립하는 것이다. 그것은 미적 현상의 본질에 다가가는 의미를 갖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경우, 그것은 미의식 분석에서 얻어진 모든 법칙성이 대상의 측면에 적용된다는 식으로 설명되는데, 대상 자체의 ‘존재 방식’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역시 다소 적극적이지 않은 측면을 갖는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의 반성에 근거하면서 ‘정신적 존재’ 일반과의 관련 속에서 예술 작품의 ‘존재 방식’을 상세히 분석했던 사람은 N.하르트만이다.
예술 작품은 일종의 정신적 존재 ‘객관화된 정신’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다른 두 종류의 정신적 존재, 즉 ‘개인적ㆍ주관적 정신’과 ‘역사적ㆍ객관적 정신’이 ‘생동하는 정신’인데 반해 객관화된 정신은 단순한 정신적 내포이며 정신적 산물이다. 이 점에서 ‘정신적 삶에서의 해방’(Abgelöstheit vom geistigen leben)이라는 그 독자성이 성립한다. 즉, 정신적 존재의 근본적 법칙은 그것이 자유롭게 부동적(schwebend)으로 있지 않고 다른 종류의 ‘존재기초’(Seinsgrundlage)를 토대로 삼기 때문에, 생동하는 정신은 그것을 지탱하는 개인의 삶, 혹은 어떤 민족ㆍ시대의 전체적 삶의 소멸과 함께 근절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객관화된 정신은, 자칫하면 그 정신적 내포가 변하기 쉬운 인간적 생명과 다른 저항력을 갖는 ‘재료’(Materie)로 형성화된 것이므로 그 생산자의 삶을 초월한 지속성을 갖기에 이른다. 따라서 정신의 ‘객관화’(Objektivation)는 거기에서 정신적 내포가 현상할 수 있는, 지속성을 갖는 ‘실재적 형상’(Realgebild)의 창조에서 성립한다. 그러나 그러한 재료 혹은 실재적 형상은 그것 자체가 정신적 존재는 아니다. 형성된 재료에 의해 부여된 정신적 내포는 항상 생동하는 정신의 개입을 요청하며, 어떤 정당한 - 이 경우 미적인- 태도를 취하는 주관에 대해서만 실재적 형상을 통하여 형상하는 것이다. 이러한 ‘객관화된 정신’ 일반적 법칙으로 보아 예술 작품도 또한 형성된 실재적 재료〔전경(Vordergrund)〕와 그것에서 현상하는 비실재적인 정신적 내포〔후경(Hintergrund)〕라는 두 구성요소로부터 성립하고 있으며, 존재방식으로 본다면 실재적 - 비실재적이라는 이중적(zweischichtig)인 성격을 갖고 있다.
여기에 새삼스럽게 주목해야 할 것은 관조자가 수행하는 적극적인 역할이다. 후경은 명확히 전경에서 현상하는데 그것은 보통 정당한 미적 태도를 취하는 관조자에 대해서만 현상한다. 따라서 미적 이외의 태도로는 그 독자적인 정신적 내포가 현상하지 않으며, 따라서 미적 대상으로서 성립할 수 없다. 이 점에서 주관의 개입에 관계없이 즉자적으로 존재하는 (an sich sein)인식 대상과는 다를 미적 대상의, 예술 작품의 특수한 존재 방식이 성립한다. 카인츠가 말하듯이, 진정한 예술이 되기 위해서는 객관적ㆍ주관적 요소의 협력(ZusamenwI rken)과, 관조자의 반응(Beschauersreaktion)과 작품의 협력이 불가결한 것으로 된다. 이러한 존재 방식은 ‘대자적 존재’(Für-uns-sein)라고 규정할 수 있다.
그런데 위에서 서술했듯이, 전경과 후경은 그 존재 방식에 지양되지 않은 이질성을 가지고 있지만, 구조적으로 볼 때 예술 작품은 그러한 이질적인 두 요소가 단순한 복합체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특질인 현상관계(現象關係) 속에서 관조적 주관에 대해 확실히 유기적인 통일체를 이루고 있다.
예술 작품에서 물질적인 것 - 재료는 작품의 존재를 유지하며 영속성을 부여함으로써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만, E. 수리오는 작품에서 ‘물질적 형태성’(corporéité physique)을 작품의 ‘물질적 존재’(existence Physique)로 받아들이고, 그것에 의하여 비로소 작품은 적극적으로 참답게 존재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더구나 재료는 각각 고유한 감각영역에 속하며, 직접 예술가의 형성이 가해지는 것이므로, 한편으로는 작품에서 ‘형식’의 성질을 규정하며, 나아가서는 ‘내용’ 전체로 규정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수리오가 작품의 물질적 형태는 관조자에 대하여 ‘감성적 질의 장난’(unjeu de qualités sensibles)을 치고, ‘순수현상’(purs Phénomènes)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하고, N. 하르트만이 각각의 재료는 보통 일정한 종류의 형성만을 허용하고, 일정한 내포만을 현상시킨다고 말한 것도 역시 재료의 적극적인 역할을 설명하고, 작품에서 전경과 후경의 강고한 통일성을 설명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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