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책 처음으로 | 사전 | 자유게시판 | 회원자료 | 로그인

 

       ■ 의견바로가기

[상상] ((獨 Phantasie, 獨 ㆍ 英 ㆍ 佛 Imagination))


상상(Phantasie)은 어원인 그리이스어 (출현시키다)에서 볼 수 있듯이, 의식 속에 직관적 심상을 떠오르게 하는 작용을 의미한다. 이미 칸트도 구상력(Einbildung)은 대상의 현존재 없이 직관하는 능력이라고 지적하고 있지만, 상상은 지각과 달라서 외계 사물을 대상으로 삼지 않고, 더구나 뚜렷한 직관성을 갖춘 심상을 의식 중에 소생시키는 내면적인 직관성을 제1의 특징으로 한다. 본디 상상에서 생기는 심상도 어떤 의미에서는 지각심상의 경험에 의존하고 거기에서 소재를 구하는 것이 많으므로, 여기에서 상상은 과거 지각 경험의 재생 작용인 기억과 비슷한 성격을 갖는다. 또한 상상하는 의식태도와 지각하는 의식태도는 본래 개별적인 것이고, 대체로 지각심성은 일단 기억심상으로 이행한 뒤에 비로소 상상심상과 관계를 갖게 된다는 의미에서도 기억의 상상에 대한 의의는 크다. 그러나 지각과 기억이 결국은 현실의 경험을 근거로 하여 이것을 수동적으로 파악하거나 재생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상상은 반드시 현실과의 연관에 사로잡히지 않고 자유롭게 이것과 맞붙는, 다시 말하자면 현실의 개성적 수용이라고도 할 수 있는 독자적 세계를 구성하는 능동적인 성격을 사진다. 그 때문에 종종 사고와 비교하는 속에서 논의 된다. 즉, 상상은 직관적 심상의 흐름에서 성립하는 전체적 의식체험이며, 일종의 능동적 구성작용을 갖는다는 점에서 넓은 의미의 사고와 비교된다. 그러나 좁은 의미의 사고에서는 표상계열의 논리적ㆍ개념적 관련이 그 본질을 이루고, 심상의 직관성은 부수적인 의미를 갖는데 불과한 것과 반대로, 말하자면 심상에 의한 사고(Denken durch Bilder)로서 심상의 직관성과 감정적 가치를 본질적 계기로 삼아 심상의 흐름 그 자체에서 성립한다는 점에서 사고와 명백히 다르다. 여기에서 심상의 흐름을 통일하는 맥락도 반드시 논리적ㆍ경험적인 일관성을 갖는 것은 아니고, 일종의 주관적ㆍ개성적인 필연성에 의하여 독자적인 연관을 구성하는 것이다. 분트도 상상 일반을 이분하여 직관적 상상(anschauliche Phantasie)에 대하여 종합적 상상(Kombinierende Phantasie)을 내세웠듯이, 모든 표상을 독자적인 방법으로 종합시키는 상상의 작용은 그 본질적 특징의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또 상상에서는 심상의 자유로운 결합과 더불어 개개의 심상이 독자적인 변용에서 직관되는 것도 생기지만, 이와 같이 자유로운 심상의 결합이나 변용을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보여주는 것은 꿈과 광기의 경우일 것이다. 덧붙이자면 심상은 이런 경우처럼 단지 몽환적이고 이상한, 대체로 극단적으로 비현실적인 심상을 산출하는 공상적 능력의 의미로 이해되기조차 한다. 역시 상상이 갖는 이러한 자유로운 창조성은 사르트르에 의해 존재론적인 해석을 부여받고 현실과 개별의 세계를 정립함으로써, 현실 세계의 바탕이 무(無 ,neánt)라는 것을 명백히 하려는 상상의 독자적인 기능이 언급되기도 했다.
여하튼 상상일반이 직관적 창조성을 본질적 특징으로 하는 이상, 그것이 예술창작에 대하여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피히테가 상상을 일반적으로 자아가 스스로에 대하여 비아(非我)를 조정하는 능력이라고 하고 이것에 가장 근원적인 창조성을 인정한 이해, 낭만파는 상상이 초현실적 자유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예술의 진정한 원천이라고 높은 의미를 부여하였다. 그 중에서도 코울리지는 능력을 공상(fancy)이라고 부르고, 말이 지니는 본질적인 의미에서 상상으로서의 구상력(imagination)과도 구별하였다. 상상은 공상 능력을 전제로 하면서도, 인간의 주관 일반이 정립될 때 나타나는 보다 높은 창조의 힘에 의해 생기 넘치는 그 무한한 힘을 유한한 개개의 주관에서 되풀이하는 것이다. 예술적 상상의 창조성을 기초하는 철학적 시도는 이 밖에 많은 입장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필경 예술적 상상은 딜타이도 말하듯이, 현실을 자유로이 초월하면서도 현실 소재를 독자적으로 변혁시켜 현실 그 자체를 보다 잘 파악해내는 전형적 존재를 창조하는 것을 본의로 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상상, 특히 꿈이나 광기와 같은 단지 우연적적〮〮ㆍ수동적ㆍ병적인 현실 변형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또 이러한 예술적 가치 창조는 어디까지나 독자적인 방법으로 행해지도록 요구 받는다. 즉, 예술적 상상은 말이 지니는 가장 본질적인 의미에서 예술적 창조성의 능력으로 이해되고, 천재에게 가장 중요한 심적 능력이라고 생각될 뿐만 아니라, 그 위에 천재 개념 자체와 같이 예술에서의 궁극적 가치 개념으로 이해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예술에 있어서 상상은 단지 주관의 내면에만 멈추어버리게 되면 그 의의를 결코 완수할 수 없다. 상상된 심상은 명확한 직관성을 충분히 획득하기에 이르면 반드시 외적 형태로 이행하고, 작품으로서 객관화되어야 할 필연성을 갖는다. 그러나 이와 같이 상상의 내적 형성이 제약받고 유도된다는 사실이 상상에서는 오히려 중요할 것이다. 예술가는 그 형성의 독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선 소재의 현실성에서 떠나 내적으로 그 위에 직관적인 심상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상상의 세계에 들어가. 여기에서 보다 자유로운 내적 형성의 무대를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동시에 이 무대는 어디까지나 외적 형성을 전제로 해야만 하는 것이며, 소재의 성질과 외적 형성의 기능성 등의 창작 조건에 의해 자연히 제약받는 것이어야 한다. 각각의 특수 예술을 살펴보면, 상상은 현실 사물을 매개로 표현ㆍ형성하는 예술에서 특히 주요한 역할을 하며, 그 중에서도 특히 문예에서 커다란 의의를 갖는다. 조형예술에서는 물질적 매재가 사용되기 때문에 상상의 형성 활동이 외적 형성에 의하여 강하게 제약받지만, 문예에서는 언어가 매재로 되기 때문에 상상 작용을 이러한 제약을 비교적 적게 받아 가장 자유로운 활동의 여지를 가진다. 뿐만 아니라, 전자에서 상상은 주로 창작상의 내면 활동에서 문제로 되고, 미적 향수에는 그다지 많이 참여하지 않으나, 후자에서는 작자의 상상심상에 따라 향수자의 내면에도 똑같은 상상심상이 생기게 되는데, 표현된 대상은 오로지 이러한 방식으로만 관조될 수 있다.
예술적 상상의 성격 역시 예술의 종류에 따라 자연히 달라지는 것도 분명한 일이다. 예를 들면, 상상은 조형예술에서는 특히 직관적ㆍ조소(彫塑)적인 것인데 비해, 음악 따위의 시간예술은 문제로 될 때는 심상연합의 자유성 또는 일치된 융합성을 특징으로 갖게 된다. 문예에서 상상은 이들 양면의 성격을 모두 포함하기 때문에 그 어느 것이 우월한가에 따라서 다양한 현상을 보인다. 특히 직관성ㆍ조소성을 획득한 상상은 괴테, 위고, 플로베르에서 뛰어나다. 루드비히는 상상은 일정한 색조를 배경으로 매우 강렬한 시각적 직관성을 가지고 전개되지만(Otto Ludwig 1813~65,Mein Verfahren beim poetischen Schaffen), 비슷한 예는 다른 작가의 고백에서도 많이 보인다. 다른 한편 심상연합의 자유성을 특징으로 하는 상상은 쉴러, 노발리스, 호프만, 클라이스트, 포우 등의 작품에서 보인다. 즉, 쉴러는 동기를 새로운 독자적 관련에서 구하는 발명 능력이 두드러지고, 낭만파는 심상체계가 멍한 몽환적인 흐름 속에 용해된 반면, 상상의 직관적 성격은 후퇴하고 있다. 상상은 문예에서 이러한 유형으로 나뉨으로써 양식의 개념과의 관련을 스스로 나타낸다. 예술적 상상이 개성적 독창성을 본질적 계기로 삼는 것에서라도 그것은 이미 양식의 개념과 본래 상관적인 관계를 갖는다는 것이 자연히 밝혀질 것이다.
■ 인접어

미학사상의 태동
미학의 최근 연구 동향
바움가르텐과 그 후계자의 미학
분석적 미학과 예술기호론
비장
상상
상징
셸링
소비에트 미학연구동향
소비에트시대의 미학과 예술론
소재

뒤로
■ 의견

 



HOME - 후원방법 안내 - CMS후원신청 - 취지문 - 사용 도움말 - 회원탈퇴하기

2002 노동자 전자도서관 "노동자의 책" 만들기 모임
120-702 서울시 중구 정동 22-2 경향신문 별관 202호 44
laborsbook@gmail.com
모바일버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