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책 처음으로 | 사전 | 자유게시판 | 회원자료 | 로그인

 

       ■ 의견바로가기

[쇼펜하우어] (Arthur Schopenhauer)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 1788~1860)

이미 칸트는 선험적 비판주의의 입장에서 현상 세계를 물 자체의 세계로부터 구별하고, 물 자체에 의해 인식주관이 촉발되는 데서 현상이 성립한다고 주장했다. 쇼펜하우어는 자신의 입장에서 이 주장을 발전시켜 거기서 독특한 세계관을 출발시켰다. 우선 그에 따르면, 일상적 의식과 과학적 인식이 제공하는 세계는 단순한 주관의 표상에 지나지 않는다. 표상으로서의 세계는 시간 ․ 공간 ․ 인과성 등의 오성형식에 속박되어 있고, 그 자체가 객관성을 지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철학은 절대적 진리를 지향하는 것인 이상, 이렇게 상대적인 표상의 세계에 만족해서는 안 되고 더 나아가 그 배후에 숨겨져 있는 객관, 즉 표상의 의의를 물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칸트가 현상의 배후에 물 자체의 존재를 상정했듯이 쇼펜하우어도 이러한 존재, 즉 ‘결코 표상으로 될 수 없는’ 존재를 추구하여 이것을 ‘의지’(Wille)라고 규정한다. 그것은 지성에 의한 정의를 철저하게 거부하는 데에 그 특징이 있으며, 맹목적으로 존재하려고 노력하는 바, 근원적 의지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세계의 근저가 이렇게 동적인 의지라는 것은 이 의지의 발현으로서의 세계가, 여러 의지가 자기 자신의 존재를 추구하여 서로 격렬하게 다투는 영원한 투쟁의 장소로 되고, 부단한 욕구와 무한한 고뇌의 세계로 되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리하여 쇼펜하우어의 세계관은 농후한 페시미즘을 띠게 되었다. 그가 말하는 쾌락이란 어떤 적극적인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고뇌의 세계로부터 일시적으로 해방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 해방은 어떻게 해서 가능하게 되는가?
주관이 의욕을 가지 개체이기를 거부하고 순수하게 인식하는 주관으로만 된다면, 이 무의지적 관조 속에서 그러한 해방이 달성될 것이다. 그러나 세계의 근저가 비합리적 의지인 이상, 이러한 관조도 지적 · 이성적 인식으로 완성될 수 없고, 따라서 결국 지적 직관에 의한 고뇌로부터 해탈은 단념될 수밖에 없다. 쇼펜하우어에 의하면 이 해탈은 천재 혹은 예술의 미적 직관에 의해 비로소 실현된다. 즉, 그는 천재란 자기를 완전히 직관에 맡기고 관심 · 의욕 · 목적을 버려 순수하게 인식하는 주관, 말하자면 총명한 세계의 눈(Wel -tauge) 으로 되어버린 능력이라고 규정한다. 그런데 이러한 순수주관에 의한 인식에서는 대상도 단순한 오성의 형식에 속박되어 있는 표상이기를 멈추고, 근원적 의지에 가장 적합한 원상으로서의 표상, 즉 플라톤적 이념들로서 그 본질을 드러낸다. 이러한 이념들을 인식하는 방법은 예술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인간은 천재의 직관작용에 의해서 비로소, 말하자면 예외적으로, 세계를 제이념들로서 인식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인식이야말로 예술의 유일한 기원이며, 이러한 인식의 전달이야말로 예술의 참된 목적이라고 말해진다.
예술이 계시하는 이러한 인식에 의하면, 세계는 플라톤적 이념들의 위계질서로서 직관된다. 이념은 모두가 스스로를 대상화시킨 것이기 때문에, 이 대상화가 진행된 단계에 따라 이념의 위계질서가 생겨난다. 그렇게 때문에 이러한 이념들을 표현하는 개개의 예술도 어떠한 단계의 이념을 표현하느냐에 따라 위계질서를 이루게 되며 이것이 예술의 체계를 형성한다. 우선 제1단계의 이념은 자연제력(自然諸力)의 이념인데, 건축은 이 이념을 주로 중량과 강도라는 두 힘의 길항관계 속에서 인식하고 빛의 본질을 표현하는 예술이라고 말해지며, 예술 중 최초의 위치를 부여받는다. 다음 단계에는 식물의 이념을 표현하는 예술로서 정원예술과 풍경화가 놓이고, 더욱 높은 이념, 즉 동물과 인간의 이념을 표현하는 예술로서는 이들을 제재로 한 회화와 조각이 손꼽힌다. 이러한 조형예술의 단계에서도 인간의 이념은 보다 높은 것에 속하고, 근대회화에서와 같이 심리성의 표현을 심도있게 추구하는 경우에는 ‘행위하는 인간’의 이념까지도 거기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이념이 최고의 객관성에 도달하는 것은 ‘언어에 의해 사고하는 인간’의 이념에서이기 때문에, 이 최고의 이념을 표현하는 것인 시가 예술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특히 비극은 쇼펜하우어의 염세철학으로부터 독특한 해석을 부여 받았다. 비극에서 의지는 우선 인간의 직접적 의욕으로서, 자기를 긍정화 하지만 뒤이어 이 의욕을 장애를 내세워 좌절시키고 자기를 부정하기에 이른다. 비극에서 의지가 행하는 이러한 자기와의 투쟁과 궁극적인 자기부정을 통해서 존재의 근원적인 악(惡)이 시작된다. 비극적 인간상이 거기서 보여주는 고귀한 체관은, 바로 쇼펜하우어 철학의 궁극적인 비관적 귀결을 예술적 표현에 의해서 직관하도록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이상 언급한 여러 예술들이 모두 일정한 단계에서 이념의 표현을 특징지은 것임에 반하여, 음악은 직접적으로 의지 자체를 그전 영역에 걸쳐 계시하는 예술로 간주된다. 그리하여 음악은 여타 예술들과는 별도의 위치를 부여받고, 모든 예술체계를 자신 속에 요약함과 동시에 그 정점을 이루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음악은 표상될 수 없는 사물 음영이나 어두운 감정 구석까지도 비추어 주는 유일한 예술이기 때문에, 근원적인 의지 자체, 즉 이념으로 되기 이전의 어두운(은폐된) 여러 힘들의 세계를 계시하는 유일한 인식인 바, 말하자면 형이상학을 실행하는 것이라고 간주된다.
쇼펜하우어 미학의 이상과 같은 개요는 그의 주저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Die Welt 민 Wille und Vorstellung)가 출판된 1819년에 이미 드러나 있었다. 이 연대(年代)가 보여 주듯이, 그의 사상은 헤겔 철학과 거의 동시에 발표된 것이었는데, 오히려 이 때문에 당시 최고의 전성기에 있던 헤겔 체계의 그늘에 가려졌고, 1847년에 대폭 증보된 재판이 간행되기까지 오랜 기간을 불우한 상태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헤겔의 철저한 이성주의 철학이 그 관념적 사변에 의해서 현실에 내포된 비합리적 양상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해결해버린데 대해 불만을 품은 그는, 세계의 근저를 비합리에 두는 역설 위에서 독특한 반이성주의적 ․ 염세적 세계관을 전개시켰다. 19세기 후반에 실증적 정신이 대두함과 동시에 관념론 철학이 해체 위기에 빠졌을 때, 이 독자적인 사상은 일약 주목을 받게 되었고 세기말의 비관적 경향에 거대한 영향을 끼쳤다.
■ 인접어

상징
셸링
소비에트 미학연구동향
소비에트시대의 미학과 예술론
소재
쇼펜하우어
순수미(이상미)
숭고
쉴라이어마허
쉴러
신칸트학파의 미학

뒤로
■ 의견

 



HOME - 후원방법 안내 - CMS후원신청 - 취지문 - 사용 도움말 - 회원탈퇴하기

2002 노동자 전자도서관 "노동자의 책" 만들기 모임
120-702 서울시 중구 정동 22-2 경향신문 별관 202호 44
laborsbook@gmail.com
모바일버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