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個人] (Individuum )
나라고 하는 보편성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 학생, 서울시민, 아버지, 회사원이라는 다양한 특수성 가운데서 현실화된다. 개체성(Individualität)은 보편적인 것을 실재하게 하는 원리이며, 이 실재화의 운동을 수행하는 것이 개체 · 개인(Individuum, Individuelles)이다. 실재화는 보편적인 것을 개체 · 개인의 대타존재로 만드는 것, 개체 · 개인이 보편적인 것과 대립하기에 이르는 것이다. 예를 들면 생명에서 처음에 존재하는 것은 보편도 개별도 아닌 유동태, 말하자면 생태계이다. 유동태를 보편으로 하여 유(類)로 하고 개체에 대해서 있는 대타존재로 하며, 다른 한편 스스로를 이 보편에 대한 개별적인 개체로서 실재화시키는 것이 개체의 생명활동이다[『정신현상학』 3.139ff.].
현실의 외부세계에 능동적 · 자각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개체는 세계에 매몰되어 버린다. 매몰을 피하기 위해서 개체는 스스로의 활동에 의해서 실재화된 유와 개체를 다시 매개한다. 이때 개체는 의식이자 개인이다. 개체는 "타자존재를 폐기하는 것에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정신현상학』 3. 229] 것과 같은 행위하는 이성이다. 행위하는 이성은 자기의 순수한 개체성만을 주장한다든지(쾌락과 필연성), 개인이 가슴에 품고 있는 법칙을 보편적인 법칙이라고 주장하며 세상이라는 보편에 대결시킨다든지(심정의 법칙과 자만의 광기), 또는 개체성이야말로 폐기되어야만 하는 모든 악의 근원이라고 하여 스스로의 개체성을 희생시켜 세상에 널리 퍼져 있는 개체성을 섬멸하고자 시도한다든지(덕과 세계행로) 한다.
이 결과 행위한 개인이 보는 것은 세상이 사실은 "보편적인 것과 개체성의 자기운동하는 상호침투"[같은 책 3.292]이며, 본인 자신도 세상에서 통용되는 개인으로 되었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재화=대타존재화에서 성립하는 개체 · 개인은 보편과 대립하는 '개체'에 머물 수밖에 없다. 개인의 본질은 언제나 해당 개인의 밖에 있는 타자=보편자이다. 매개는 개체성 측에서는 성립하지 않는다. 『정신현상학』의 '정신' 장 이후에서 '개인' 대신 '자기'의 개념이 더욱 중요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개체 · 개인이 전체와 외부를 벗어나 홀로 설 수 있는 원자라는 사고방식을 헤겔은 근본적으로 물리쳤다. -이시카와 이오리(石川伊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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