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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 (morals)

도덕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은 역설적이다. 한편으로 도덕이란 이데올로기의 한 양식이며, 또 한편으로는 기존의 모든 도덕은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발전 과정에서의 특정한 단계로부터 발생하고, 특정한 생산양식이나 특정 계급의 이익에 관련됨으로써 영원한 도덕적 진리란 있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도덕이라는 형식 그 자체나 자유-정의와 같은 일반 개념들은 ‘계급적 대립이 전적으로 사라지지 않는 한’완전히 소멸될 수 없다(《공산당 선언》). 그러므로 마르크스주의는 모든 도덕적 교화에 반대하고 또 자본주의와 정치경제학에 대한 마르크스의 비판은 도덕적인 것이 아니라 과학적인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마르크스주의 연구는 암시적이든 명시적이든 도덕적 판단으로 가득 차있다. 《경제학 및 철학 수고》와 《독일 이데올로기》에서의 ‘소외’논의를 통한 노예근성에 대한 자신의 증오를 표현한 초기 저작으로부터, 노동현장 조건과 불평등에 대해 통렬한 비판을 가한 《자본론》에 이르는 저서들로 보면, 마르크스가 격분과 분노, 그리고 더 나은 사회에 대한 열망으로 불타고 있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엥겔스와 그 이후 거의 모든 마르크스주의자들에게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실로 최소한 자본주의 사회에서만이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로 도덕적 이유에 의해서 마르크스주의자가 된다는 것은 정당한 논리적 근거를 갖는다.
이러한 역설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원전으로부터 충분히 설명될 수 있다. 푸루동이나 그 밖의 사람들이 행한 정의에의 호소를 비웃은 것이라든지, 《고타강령 비판》에서 도덕이라는 어휘 사용을 거부한 점, 그리고 또 노동자에게 미치는 자본주의 발전의 정체와 노동자가 소외된 결과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노동자가 인간 본성에 가장 만족스럽고 가치있는 조건 아래서 노동하며 살 수 있는 공산주의에 대한 때로는 피상적 전망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자본론》, 제Ⅲ권, 제48장). 그런가 하면 또 도덕적 독단에 대해 거부하고 ‘도덕성은 항상 계급적 도덕성이다’라고 하면서, 도덕적 진보 및 ‘미래 노동자계급의 도덕’에 대한 믿음을 가졌던 엥겔스를 상기하는 것이 좋겠다(《반듀링론》, 제1부, 제9장). ‘윤리적 사회주의’를 비판하면서 동시에 자본주의의 병폐를 지적하고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의 전망을 제시했던 카우츠키, 로자 룩셈부르크, 레닌 등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모든 도덕은 계급 이데올로기이며, 계급적 기만 체계의 일부라고 하면서, ‘노동자계급의 자유로운 도덕’을 인정했던 트로츠키의 견해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모순은 마르크스주의 역사 속의 다양한 비교조적인 전통에 의해서 회피되어 왓다. 즉 칸트의 영향을 받은 마르크스주의자,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윤리적 사회주의자’, 실존주의적 마르크스주의자-특히 프랑스의-와 폴란드, 유고슬라비아 등 동구에서 의견을 달리하는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여기에 속한다. 이러한 다양한 이론들은 반도덕적인 것들을 거부하거나 그것을 가볍게 여기면서 마르크스주의의 도덕적 내용성(정언명령의 형식을 취하든, 실존적 언명이든, 인본주의적 해석이나 원칙이든)을 받아들이는 경향을 지녀 왔다.
아마도 이러한 모순은 다음 두 가지 방식으로 해결될 수 있다. 첫 번째, 마르크스나 후기 마르크스주의자들이 도덕성에 대한 입장에서 혼동을 가져왔거나 스스로를 기만했다고 보는, 즉 그들 자신이 도덕적 관점을 결여했거나 또 그를 뛰어 넘었다고 하는 믿음을 가졌다는 착상에 의한 것이다. 분명히 마르크스주의의 과학적 내용을 이루는 실증주의적 요소가 이 가능성을 높여준다. 그러나 두 번째의 해석은 좀더 깊이 있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것은 도덕의 영역을 두 개로 구분하고 있다. 한 영역은 권리나 의무, 정의, 기타 등등의, 즉 독일어의 ‘Recht(법, 정의, 권리)’에 해당하는 것과 관련되고, 다른 영역은 인간능력의 실현과 그 실현을 방해하는 장애물로부터 벗어나는 것과 관련되는 데, 이것은 ‘인간해방’이라는 마르크스의 말과 가장 잘 부합된다(→해방). 첫 번째 견해에서 도덕성은 어느 마르크스주의자의 관점에서 볼 때 본질적으로 이데올로기적이다. 왜냐하면 도덕성은 그들의 적대감과 딜레마가 해결되도록 의도되거나 또는 잘못 나타나는, 계급사회에서 발생하는 조건들-모든 결핍과 이해의 대립-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견지에서 마르크스주의는 도덕성이 종교의 그러한 측면과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환상을 버리라는 요구는 그러한 환상을 규정하는 조건을 버리라는 요구이다. 결핍과 계급 갈등을 제거하면 모든 Recht(정의)의 도덕성은 사라질 것이다. 결국 해방의 도덕성은 Recht(정의)의 도덕성을 규정하는 조건을 제거할 것을 요구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제안은 최근 여러 사람들이 지적한 두 가지 점을 제시한다. 하나는 자본주의가 부당하다는 것을 마르크스가 거부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마르크스주의가 정의에 대한 발전된 이론을 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마르크스주의는 도덕적 규제, 즉 어떠한 방법이 그의 목적을 추구하기 위해서 허용될 수 있는가에 대한 발전된 이론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마르크스주의는 목적과 함께 또한 레닌 이후로는 방법에 관한 많은 전술-전략적 논의에 대한 이론도 가지고 있지만,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언제나 도덕적 관점으로부터 제기되는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한 어떠한 논의도 거부해 왔다.


[관련자료]
Buchanan, Allen E. 1982: Marx and Justice : The Political Critique of Liberalism.
Cohen, Marshall, Nagel, Thomas and Scalon, Thomas 1980: Marx, Justice and History
Kamenka, Eugene 1969: Marxism and Ethics.
Kautsky, Karl 1906(1918): Ethics and the Materialist Conception of History.
'Marx and Morality'1981: Supplementary volume of the Canadian Journal of Philosophy 7.
Merleau-Ponty, Maurice 1969: Humanism and Terror.
Plamenatz, John 1975: Karl Marx's Philosophy of Man.
Rubel, Maximilien 1948: Pages choisies pour une éthique socialiste.
Stojanović, Svetozar 1973: Between Ideals and Reality.
Trotsky, Leon, Dewey, John and Novack, George 1969: Their Morals and Ours: Marxist verus Liberal Views on Morality.
Wood, Allen W. 1981: Karl Mar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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