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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전선] (united front)

I. 통일전선 전술의 성립. 통일전선이라는 전술개념이 확정된 것은 코민테른 제3차대회에 이르러서였다. 볼셰비키를 주축으로 한 새로운 국제공산주의조직(3차 인터내셔널)의 창립이 사회민주주의자들과의 절연을 전제로 하는 것이었던 만큼, 코민테른의 창립 초기에는 통일전선문제보다 우익 기회주의의 부르주아적 본질을 폭로하과 레닌주의가 각 국가사회주의운동의 이론과 실천의 강고한 기반이 되도록 하는 것이 강조되었다. 그러나 제2차 인터내셔널 둥 사회민주주의자들과의 비타협적 투쟁의 반발효과로 각국 공산주의운동 내부에는 좌익적 편향이 대두하였고, 이런 좌편향은 대중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혁명적 순수성만을 강조하여 스스로를 대중들로부터 고립시키거나 모험주의적 전술에 빠져 역량의 커다란 손실을 빚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리하여 코민테른 제3차대회는 광범한 근로대중을 획득할 임무를 정식화하고 그를 위한 전술로서 통일전선전술을 제시했다. 통일전선전술은 자본에 반대하는 공동투쟁을 조직화하고, 거기에 광범한 대중들의 생활상의 요구에서 나오는 투쟁력을 결집시켜 노동자계급의 통일과 공세를 강화하고 그 속에서 사회민주주의 등 다른 정치세력을 추종하는 대중들을 가장 혁명적 입장에 있는 세력에게로 전취한다는 목적을 지닌 것이었다. 따라서 이때까지의 통일전선은 소비에트형 혁명을 보완하는 전술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전략으로서의 소비에트 혁명과 전술로서의 통일전선방침은 독일의 1923년 혁명에서 그 잘못된 적용의 예를 보게 된다. 코민테른 제4차대회에서 위로부터의 통일전선의 형태로서 그리고 프롤레타리아독재를 위한 혁명투쟁의 가장 유리한 조건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승인된 노동자정부방침이 소비에트(독일에서는 레테)권력의 대중봉기에 의한 수립이라는 전략적 원칙과 효과적으로 결합하지 못하고, 노동자정부는 의회주의적 개량성에, 소비에트 투쟁은 정세에 맞지 않는 모험적 투쟁 또는 투쟁의 실기에 빠지는 좌우 편향이 동시에 노정되었다는 것이다. ‘노동자정부전술의 실패는 통일전선전술에서 강조점의 변화를 초래하였다. 즉 위로부터의 통일전선에 너무 치우친 결과가 노동자정부방침의 실패라 보고, 아래로부터의 통일전선이 그 전술의 기초가 되어야 함을 강조하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대중속으로라는 슬로건이 다시 제기되고(코민테른 제5차대회)코민테른 지부의 우경화 방지 및 볼셰비키강화를 추진하게 되었다. 그러한 과정에서 위로부터의 통일전선이 다시 과소평가되고 계급동맹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좌편향이 확산되어갔다. 코민테른 제6차대회는 통일전선전술에서 좌편향을 전형적으로 드러낸 대회였다. 이 대회는 당시 후발 제국주의 국가군에서 강력하게 부상하고 있던 파시즘과 그로 인한 제국주의 전쟁의 위험을 강령적 수준에서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파시즘의 본질과 그 형태에 대한 소박한 이해(일반적 부르주아독재의 한 변형일 뿐이라는 인식)와 결부되어 사회민주주의와 파시즘을 동일한 차원에서 평가하는 무리를 범하였다. 사회민주주의에 대한 이러한 평가에 기초하여 제일 먼저 사회민주주의 좌파에 주요한 타격을 가해야 한다는 주장을 폄으로써 통일전선전술의 협애화(위로부터의 통일전선의 거부)를 가져왔고, 사회민주당계 노동자와의 협력을 한층 어렵게 만들었으며 이후 운동의 내부에 분파주의적 견해가 확산되는 것을 부추겼다. 중간세력에 대한 이러한 비타협적 입장은 식민지 종속국의 민족해방운동에서도 좌편향을 가져오는 계기가 된다.

II. 디미트로프와 통일전선. 코민테른 제7차 대회는 통일전선 문제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 대회였다. 당시 코민테른 집행위원장 이었던 디미트로프는, 첫째 파시즘의 특징, 둘째 파시즘 하에서의 정치세력의 상호관계 및 대중들의 상태, 셋째 사회민주주의에 대한 재평가, 넷째 코민테른의 통일전선 전술사에 대한 비관적 검토를 통하여 통일전선 전술을 전략의 지위로 상승시키는 중요한 이론적 역할을 수행했다. 디미트로프는 파시즘이 부르주아적 지배형태의 질적인 변화, 즉 부르주아 민주주의로부터 노골적인 테러 독재로의 변화이며 이 차이를 간과한다면 전략전술상의 중대한 오류에 빠지게 된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디미트로프에 의하면, 파시스트를 일반 부르주아지와 구별하여 그것의 독자적 실체를 명확히 한 후 그것에로 타격을 집중하는 것을 당면과제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파시스트를 제외한 모든 정치세력(부르주아 세력까지도)이 파시즘과 모순을 일으키므로 이들과 광범한 연대를 통하여 한편으로 혁명 진영을 방어하고 다른 한편 파시즘에 승리할 수 있는 근거지를 확보해야 한다. 또한 그는 파시즘의 대두에 즈음해서 부르주아 민주주의에 대한 직접적 공세에서 태도를 변화시켜 일만 민주주의운동의 중요성을 선전하고 민주주의적 자유의 확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맥락에서 디미트로프는 기존 공산당의 사회민주당에 대한 태도가 상당부분 변화되지 않으면 안 됨을 지적했다. 사회민주당을 사회파시즘과 동일시하고 그 것을 주요 타격대상으로 간주하고 투쟁한 것은 명백한 좌편향이었다는 것이다. 사회민주당아 단일한 성향을 지니는 집단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여러 성향(.우익)의 집단들이 혼재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민주당 전체를 사회파시즘으로 규정, 그들을 배척하는데 급급했던 것은 사실상 통일전선을 방기한 것으로 보았다. 사회민주당, 다른 쁘띠부르주 아적 정당, 근로대중의 다종다양한 조직들이 파시즘 투쟁에 적극 동참하도록 하려면 소비에트 혁명에 대한 호소 또는 프롤레타리아독재의 인정을 요구하는 경직된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발전의 현 단계에서 대중의 투쟁 능력의 수준으로부터 나오는 슬로건과 투쟁 형태를 내세워야 한다고 디미트로프는 보았다. 따라서 당면 단계에서 자본주의국가들의 모든 근로자들에 있어 주요임무는 반파시즘적 일반 민주주의의 임무들이며, 그러한 임무는 민주주의, 평화, 사회진보라는 슬로건으로 정식화된다. 이러한 공동의 목표로 결집되는 정치세력들이 정치적 협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에 알맞은 조직적 기관을 지녀야 한다고 디미트로프는 제안했다. 상설화된, 초당파적이고 다계급적인 기관은 광대한 미조직 근로대중을 통일전선운동에 끌어들이는 것이 가능하고, 자본과 파시즘의 공세를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노동자계급, 농민, 도시 쁘띠부르주아지, 인텔리겐차 등의 계급동맹 기관으로서의 인민전선은 그 자체 정치적 대중조직의 기능을 수행함과 동시에 파시즘 퇴치 이후에 대체권력 기관으로서 상정된다. 이러한 인민전선정부 방침은 파시즘전쟁 승리이후 동유럽의 인민민주주의혁명의 주요한 이론적 근거로 된다.

III. 현대의 통일전선. 인민전선에 기초한 인민민주주의 혁명론은 제7차 대회 이전의 국제공산주의운동의 혁명 전략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것으로 반파시즘 투쟁과 민족해방운동과정에서의 실험을 거쳐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확정된 새로운 형태의 혁명론이다. 소비에트형 혁명에서 인민전선형 혁명으로의 전화라고 할 수 있다. 혁명 형태의 변화를 가져온 것은 계급동맹의 방식 및 구체적 형태의 변화이다. 기존의 소비에트가 계급동맹의 기관, 투쟁의 기관, 대체권력 기관이었다면 인민민주주의혁명에서는 인민전선이 그 기능을 대체했다. 소비에트가 비교적 협소한 노농 동맹에 한정되고 있는 데 비해 인민전선은 노동 동맹을 기초로 광범한(일부 부르주아지까지도) 계급계층을 자기의 동맹세력으로 포용하는 것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처럼 주요타격 방향으로 설정되는 세력에 대항하여 그것과 모순을 갖는 모든 계급 및 세력을 결집한다는 전략은 서구사회의 반독점동맹 전략, 식민지 종속형 사회의 민족민주동맹전략으로 연결되어왔다. 최근 2030년 동안에는 냉전체제의 군비확대 경쟁, 생태계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무한정한 성장 경쟁이 가져온 환경위기 문제 등 전 인류적 문제의 중요성이 대두하게 됨에 따라 전 인류적 이익과 계급적 이익을 유기적으로 결합시키는 통일전선의 의의가 강조되고 있다. 평화공존과 환경보호, 기아와 빈곤으로부터의 탈피 등 전 인류적 문제의 해결에서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되는 것은 호전적 독점부르주아지이고, 이들을 약화시키기 위한 전 세계평화 애호세력의 통일전선이 강조되고 있다. 페레스트로이카 과정에서 전 인류적 이익이 계급적 이익에 우선한다.’라는 인식의 전략전술적 의미는 바로 그러한 통일전선의 형성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사회주의권의 내부위기, 1970년대 이후 각국 공산당들의 정치적 영향력 감소라는 구체적 조건과도 결부된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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