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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작품의 구조] ()



예술 작품에 관하여 가장 오래 전부터 논의 되어온 것이면서도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커다란 문제의 하나는 ‘형식과 내용’의 관계일 것이다. 예술 작품의 본질이 형식과 내용 중 어디에 있는가, 혹은 보다 넓게 미는 대상의 형식과 내용 중 어디에 있는가 하는 것은 하나의 논쟁점을 이루며, 각각 어느 한편을 중시하는 데에 따라 ‘형식 미학’과 ‘내용 미학’이 성립하게 된다. 그렇지만 형식이라고도 말하고 내용이라고 말을 해도 그 받아들이는 방법이 개개의 입장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이 문제에 관해서는 아주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 그러나 최근 미학의 입장과 또한 우리들의 구체적인 체험에 비추어 보아도 예술 작품은 본래 유기적인 통일체로서 인식해야 하기 때문에, 본질적으로도 당연히 분리할 수 없는 형식과 내용을 양자택일적인 원리로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도 명백한 오류이다. 따라서 문제는 둘 중 어느 것을 보다 원리적인 것으로 선택하느냐에 있지 않고 양자의 통일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에 있을 것이다.
그러한 설명이나 이론의 입장에서도 여러 가지가 제기되고 있지만, 최근 미학에서 네 가지의 주요한 입장이 지적되고 있다. 우선 ‘미적 자율성’의 문제를 기초로 양자의 통일을 강조하는 것으로서 (1) 헤겔의 주지주의적 미학에서 출발한 짐멜ㆍ멕카우어 등의 직관주의적 미학 입장, (2) 칸트의 선험주의적 미학에서 출발한 코헨 등의 신칸트학파적ㆍ논리주의적 미학 입장이 있다. 또 ‘표출’ 문제와의 관련 속에서 통일성을 강조하는 것으로서 (3) 립스나 폴켈트 등의 감정이입 미학, (4) 쿤(Helmut Kuhn, 1899~)의 존재론적ㆍ현상학적 미학 입장이 있다. 그러나 형식ㆍ내용의 통일 문제를 미적 대상 혹은 예술 작품의 구조 그 자체에서 설명한 N. 하르트만의 시도도 거론될 수 있다.
미학에서 형식 개념만큼 자주 다루어지는 것은 없지만, 자명한 것으로 쓰이는 경우조차도 대개는 아주 무규정적인 채로 머무르고 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무규정성은 결국 그것과 대비적으로 생각되어야 할 내용 개념의 무규정성에 따른 것으로 바꿔 놓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것에 관해서는 ‘범주적 분석’(Kategorialanalyse)이 그것을 푸는 실마리를 제공해 준다. 형식에는 재료(Material)가 따르게 된다. 그런데 재료의 보편적ㆍ범주적 법칙은 “모든 종류의 형식이 모든 종류에서 가능한 것이 아니라, 일정한 형식이 일정한 재료에서 가능하다 - 그런 점에서 재료는 형식을 규정한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모든 예술영역의 ‘한계를 규정하는 현상’(Begren zungserscheinungen)과 그 법칙성이 발견되지만, 어쨌든 ‘영역지시적 원리’(Das gebietsanweisende Prinzip)로서의 재료에 대한 범주적 대비 속에서 미적 형식의 개념은 비로소 하나의 규정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형식 개념의 일면만을 보는 데 불과하다. 왜냐하면 예술작품에서 내용적인 것은 이러한 재료 개념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형식에 대한 또 하나의 대비적 개념, 즉 ‘소재’(Stoff)가 고려되지 않을 수 없다. 소재는 그 자체로서는 예술적인 것이 아니다. 창작자의 형성에 의하여 ‘감성적ㆍ직관적 현존’(die sinnlich-anschauliche Präsenz)을 초래함으로써 비로소 예술적인 것이 된다.
이리하여 형식 범주는 두 종류의 대비관계 - 한편으로는 거기에서 예술적 형성이 행해지는 소재와의 대비관계, 다른 한편으로는 예술에 의해 형성된 소재와의 대비관계 - 에 두어진다. 재료와 소재는 구별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본질적으로 서로 다른 것이므로, 두 종류의 형성이 동일한 것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형성이 두 종류의 ‘형성되지 않는 것’, ‘형성 가능한 것’에서 이루어진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이중적인 관계야말로 미와 예술의 비밀을 구성하고 있으며, 거기에 예술 작품의 유기적 통일성의 근거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형식ㆍ내용 개념은 더 이상 그것을 설명하기에는 불충분하며, 상이한 관계 사이의 상호작용 - 직관적인 다양성의 통일 속에서 그것들의 협력이 파악될 수 있는 대상구조의 범주가 구해져야 한다.
N. 하르트만이 예술 작품의 구조 분석에 중점을 둔 이유 중 하나는 위에서 서술한 것과 같은 것인데, 입장은 각각 달라도 예술적 현상의 모든 문제를 작품 구조의 분석이라는 측면에서 밝혀보려는 사고는 현대 미학의 한 흐름을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 수리오는 예술 작품이 ‘물질적’(Physique), '현상적’(Phénoménal), '사물적‘(réique ou chosal), '초월적’ (transcendant)라는 4가지의 존재양식(mode de L'exsistence)을 갖고 있으며, 예술작품이야말로 그것들의 유일한 전체적 존재를 형성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들 ‘현실성의 4가지충돌’(Quatreordres de réalités) 사이에는 많은 조화ㆍ조응이 있고, 그것들이 유기적으로 구축된 전체의 무수한 상호작용을 통해 ‘내적인 반향’을 울려 퍼지게 한다고 한다. 또 잉가르덴(Roman Ingarden, 1893~1970)은 문예 작품에 관하여 몇 가지 존재 층을 분석하여 그들 하나하나의 층이 각각 고유한 기능과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말하자면 다성적(polyphonisch)으로 작품 전체를 구성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뒤프렌느는 ‘재료’(matière)ㆍ
'재현〔묘사〕󰡑(représentation)ㆍ'표출’(expression)이라는 작품의 세 가지 국면을 분석하고 각각에 ‘감성적인 것’(lesensible)ㆍ'의미’(signification)ㆍ'감정’(sentiment)을 관련시키면서 논하고 있다. 그리고 작품에서 고유의 세계를 형성하는 것은 표출이며, 재현도 표출과의 관련 속에서 비로소 적극적인 의의를 획득한다고 하여 작품의 통일 원리로서 감정표출에 커다란 의의를 부여하고 있다. 또 페퍼는 작품은 단일하게 구성되는 것이 아닌 일종의 집합체(nest)라는 입장에서, 첫째로 물적인 것, 미적 가치를 담고 있는 대상을 들어 ‘물적 매개물’(physical vehicle)이라 부르고, 둘째로 그러한 매개물의 자극을 통한 직접적 지각의 ‘감각적 직접성의 대상’(object of sensuous immediacy)을 들고, 세 번째로는 그러한 직접적 지각의 ‘집적’(funding) - 듀이 용어로 과거 체험에서 현재 체험까지의 의미 융합을 의미한다. - 에 의해 형성된 이념적인 작품 전체를 들고, 예술 비평대상은 이 세 번째 의미의 대상이라고 한다.
또한 가이거는 예술의 가치 내포를 ‘형식적 가치’ㆍ‘모방적 가치’ㆍ‘내용적ㆍ적극적 가치’로 크게 나누고, 그들 상호관련을 논함과 동시에 각 요소가 다시 각각 ‘형식적’인 것과 ‘내용적’인 것이라는 양면의 기능ㆍ의의를 갖는다고 말한다. 그 이론은 본래 예술의 심적 의의를 논하려 했던 것이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예술에서 형식과 내용의 통일관계를 해명하려 했던 시도라고도 생각되며, 이 점에서 작품 구조 분석에 대한 약간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또 예술 작품의 내포를 구성하는 모든 계기를 두 가지 측면, 즉 ‘예술감각적 계기’와 ‘자연감각적 계기’의 선으로 분석하여, 형식→양식→표현(Ausdruck), 소재→내용→존재상징(Seinssymbolik)이라는 병렬적인 계기를 골라내고, 그들 사이의 융합ㆍ통일관계 속에서 예술의 본질적 구조를 파악해내려는 시도도 있다. 이것은 자연히 소위 대상구조론과는 궤를 달리 한다고 할 수 있으며, 예술작품의 통일적 성격을 스스로의 구상에 근거하여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시사점을 주고 있다.
그런데 예술 작품의 근본 구조는 그 존재 방식상 ‘실재적 전경’과 ‘비실재적인 후경’이라는 두 가지 층으로 이루어졌다고 미리 규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모든 ‘객관화된 정신’에 공통된 보편적 구조인데, 예술 작품이 다른 정신적 산물과 다른 점은 아직 찾아볼 수 없다. 예술 작품이 갖는 특질의 하나는 정신적 내포가 현상하게 되는 ‘전체적 세부’(das ganze Detail)를 실재적 형상의 형성에 부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신적 내포는 이 전경의 세부에서 항상 재획득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정신적 산물, 예를 들면 ‘개념’은 이러한 전경〔이 경우에는 용어(Wortlaut)가 그것에 해당된다.〕즉 재료의 형성이 없기 때문에 그 자체로부터는 어느 것도 형성시킬 수 없고, 다만 그것을 포괄할 수 있는 어떤 관련〔예를 들면 개념 체계〕을 바탕으로 해서만 어떤 내포를 현상시킬 수 있다. 예술 작품은 그러한 외적인 어떠한 것에도 기초하고 있지 않다. 실재적 형상의 충만으로 관조자에게 정신적 내포를 현상시킬 수 있다. 말하자면 예술 작품은 본질을 그 자체에서 가지며, 그 점에서 전경과 후경 사이에 강고한 불변의 관계가 성립하게 된다. 예술 작품의 강고한 통일성은 우선 이것에서도 증명될 것이다.
또한 개념이나 기타의 것에서는 이념적 내포가 직접적으로 전경과 밀접하게 관련되고 있는데 비해, 예술 작품에서는 어떤 단일한 후경이 현상하는 것이 아니라, 비현실적이며 동시에 현상관계에서만 현존하는 몇 개의 서로 밀접하게 관련된 층이 있는 전체적인 서열이 현상하는 것이다. 실재적인 전경은 단일하지만 현상하는 후경은 보다 전경에 가까운 층에서부터 이념적인 것의 최종 층에 이르기까지 여러 층으로 분화하고, 그들 개개의 후경층은 보다 전경적인 층에 의해 현상되며, 또한 보다 후경적인 층을 현상시키는 데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다. 이러한 후경의 다층적ㆍ개념적이 아니라 구체적ㆍ직관적인 것으로, 반성에서는 간접적(sekundär)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현상하게 된다.
요컨대 예술 작품은 그 존재 방식에서 보면 중층적이고, 내용적 전체 구조의 측면에서 보면 ‘다층적’(Vielschichtig)이다. 이 양자는 모두 작품 본질에 따라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즉, 전자는 그 역사적 존재에 대한 존재적 조건이며, 후자는 그 깊이와 풍부함에 대한 감성적ㆍ의미적 충실이 지닌 미적 가치의 높이에 대한 조건이다. 여러 층의 서열과 함께 전체의 구체적인 풍부함이 더해져 층으로 깊어짐에 따라 구체적ㆍ직관적 현상의 ‘경이’(Wunder)가 중대한 것이다.
이리하여 실재적 전경에서 최종적 후경층에 이르는 여러 층은 현상관계에서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고, 전체로서의 유기적 총체를 형성하고 있다. 이와 같이 계층화된 현상화의 전체적인 무게는 실재적 전경층에 관계하게 된다. 예술가는 이 층만을 직접 형성할 수 있고, 다른 모든 중간층은 이 층을 통하여 이 층의 형성에 이끌리면서 간접적으로 형성되고 현상하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작품의 각 층이 각각 고유의 형성으로 존재하고, 각 층이 각각 고유의 형성으로 존재하고, 각 층의 형성은 보다 후경적인 층의 현상을 위해 이루어지므로, 최전경 층의 형성은 현상에서 초래할 최종 층에 의해 규정된다는 것이다. 어떤 특정 층의 형성이 미적 형식인 것은 아니다. 미적 형식은 여러 층의 형성 사이의 상호관계에서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각 층 형성의 상호 관계가 문제로 된다. 각 층은 고유한 형성을 가지며, 관조자는 각 층에 고유한 내용을 보고 알아차린다. 그러나 각층이 현상 관계에서 긴밀한 전체를 형성하는 것이라면, 형식과 내용의 대립은 전체적 통일의 범위 내에서 해소된다고 보아야 한다.
물론 이상에서 약술했던 작품 구조는 아주 원리적인 것에 불과하다. 층의 배열(Schichten
folge)도, 층의 수도 각 예술의 종류에 따라 달리 될 것이다. 특히 ‘묘사예술’과 ‘비묘사예술’ 사이의 구조는 현격히 다르게 될 것이 틀림없다. 결국 작품 구조는 소재에 따라, 나아가서는 그것에 대한 ‘시각’과 그에 따르는 ‘형식부여’(Formgebung) -소위 양식- 에 따라 달리 될 것이다.
주로 N. 하르트만의 분석에 따른 예술 작품의 구조는 대략 이상과 같다. 어찌했든 성공한 작품에서는 어떤 보편적ㆍ본질적인 것이 다양한 중개 층에 의해 매개됨으로써 생생한 직관적 성격을 가지게 되며, 또 그 점에서 인간의 구체적인 생에 깊게 뿌리박은 것으로서 현상될 것이다. 작품에서 최종적으로 현상하는 것은 하이데거식으로 말하면 ‘존재자의 진리’라 하며, 또 야스퍼스식으로는 ‘포월자(包越者)의 현실’이라고 받아들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N.하르트만이나 뒤프렌느 등이 말하는 것처럼 더 이상의 분석은 불가능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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