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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론적 미학] ()



현상학적 방법이 미학에 도입됨에 따라 미적 현상을 단순히 주관적 ․ 심리적 측면에서만 설명하려는 방법이 반성되고, 대상의 구조적 법칙성 문제가 미학영역에 광범위하게 대두됐다. 그렇지만 이것은 여전히 심적 제연관들의 법칙성과의 관계에서 파악되었고, 분석의 초점도 주관과 작용의 측면에 두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현상학에서 이루어지는 순수한 주관 - 의식으로의 환원은 사실상 일정한 역사적 상황 속에 존재하는 자기로의 환원을 의미하는 것이겠지만, 거기에서는 이러한 역사적 상황에서의 인간의 존재 자체가 상세한 분석의 대상이 되질 못했다. 따라서 미학의 영역에서도 미적 현상과 인간존재와의 관련은 그곳에 도달하는 길이 열려 있긴 하지만, 여전히 깊이 들어가 분석되지 않은 채 끝나 버렸다.바로 이러한 문제를 중심에 놓고 분석하려고 한 것이 존재론적 또는 실존주의적 미학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존재론적 미학이라는 것은 물론 존재론(ontologie) 입장에서 미적 ․ 예술절 현상을 고찰, 해석하려고 하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지만, 존재론 자체가 존재라는 것에 대해서 결코 통일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미학의 영역에서도 총괄적 논의를 거치지 않은 다양한 주장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러한 이론들은 미적 ․ 예술적 현상을 단순히 향수의 측면에서만 파악하지 않고 정신적 존재로서의 미적 대상의 구조나 존재성격을 분석의 주요한 대상으로 자리매김으로써 예술이 어떤 의미에서는 존재의 진리를 파악하거나 드러내 보인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것을 총괄하여 존재론적 미학이라는 이름으로 고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현대의 미학사상들에 접근하기 전에 그 선구적 주창자라고 할 수 있는 키에르케고르(Sören Kierkegaard, 1813~55)와 니이체(Friedrich Nietzsche,1844~1900)에 관해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이 양자의 사상은 기독교적인 것과 무신론적인 것이라는 명확한 대립을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헤겔에 의해 완성된 관념론적 체계에 대한 반발과, 그에 따른 시적(예술적) 표현수법, 완성되어 고정되기 시작한 근대사회에 대한 비판과 그 안에 놓여져 있던 인간의 배리적 상황에 대한 예리한 분석이라는 점에서 공통성을 가지며, 이 점에서 현대의 존재론, 특히 실존주의 (Existenzialismus)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학 수 있다.
이미 알고 있듯이, 키에르케고르는 인간의 현존재를 감성과 이성의 절대적인 긴장상태에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감성에 기초하는 미적 태도에서의 자기와, 이성에 기초하는 윤리적 태도에서의 자기라는 모순된 대립구조 속에서 구체적인 인간의 모습을 찾고 있다. 그리고 미적인 것과 윤리적인 것의 이러한 대립은 체계적으로 지양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오직 종교적 신앙으로만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키에르케고르가 말한 미적 태도라는 것은 인간의 있는 그대로의, 외적인 감성에 의해 지배되는 생활태도이며, 인생을 단순한 가능성으로 전환시켜 상상에 자유로운 활동을 부여하는 태도로서, 자기에 대한 반성에 기초한 이성에 의해서 지배되는 윤리적 생활태도와 함께 현존재의 대립적인 이면성을 형성한다. 감성과 이성의 대립은 신앙으로만 해결된다는 의미에서 양자는 신앙의 질적 변증법의 계기에 지나지 않지만 감성에는 근본적 기분인 ‘우울’이 항상 따라다니면서, 감성에 대한 아이러니로서 절망적으로 그것에 작용을 가하여 미적 태도에 안주하려는 인간을 종교적 실존으로 몰아간다. 시도 또한 이러한 절망에서 생겨난다. 시인 역시 이러한 의미에서 영원한 신의 아들이라는 자격을 갖긴 하지만 실존에 호소하는 데 충실하려는 진지함이 결여되어 있다. 그러한 진지함이 결여되어 있는 한, 시인의 고뇌를 표현하는 소리는 다른 사람의 귀에는 즐거운 것으로 밖에는 들리지 않는 것이다.
니이체는『비극의 탄생』(Die Geburt der Tragödie,1872)에서 예술창작의 근본 유형을 ‘아폴로적’ 유형과 ‘디오니소스적’유형으로 구분하고 있다. 그는 넘쳐 흐르는 생명력으로 고무되고 생성에로의 영원한 갈망에 의해 디오니소스적 광기에 휩싸인 예술가는 생존의 일상적 한계를 초월하여 마침내는 그러한 우울로부터 벗어나, 생성에 대한 존재와 암흑에 대한 광명으로 특징지어지는 영원하고 관조적인 아폴로적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근본적 유형개념에 의해서 니이체는 그리스 비극의 양식의 발전을 설명하면서 무용 · 음악 ·서정시를 디오니소스적 예술로, 회화 · 저각· 서사시를 아폴로적 예술로서 유형을 구별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듯이, 니이체는 예술을 생의 교양과 힘의 감각으로, 또한 이것에 의해서 인간을 실존적 단계로 높여나가는 것으로 생각하여 예술에 대해 적극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그러나 예술가는 또한 그러한 몰아적인 고양에 의해 현실로부터 이탈하게 된다. 조야(粗野)한 현실은 이것을 미적 현상으로 바라볼 때만 인간이 견뎌낼 수 있는 것으로 되고, 예술은 가혹한 존재의 진리로부터 인간을 도피시킨다. 이러한 점에서 니이체는 예술가가 진리에 대결하는 용기와 결단을 갖지 못하고 항상 어떠한 권위의 비호를 필요로 하는 겁쟁이라고 비난한다.
니이체의 저작은 체계적으로 쓰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와 예술에 대한 그의 주장도 반드시 수미일관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앞에서의 부정적 평가는 예술 전체에 대해서 행해졌다기보다는, 생의 풍부함과 성숙함에서 탄생한 고전적 예술과 반대되는, 즉 생의 부정으로부터 생겨나 무제한적 정열에 의해 탄생한 페시미즘을 고취시키는 퇴폐적인 예술과 낭만주의적 예술에 대해서 행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현대의 존재론적 철학을 대표한다고 생각되는 위 세 사람의 학설과 함께, 이러한 영향 아래, 또는 독자적인 존재론을 토대로 하여 미적, 예술적 현상을 분석하려는 경향이 1930 년대부터 현저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베커(Oskar Becker, 1889~ 1964)는 미적인 것의 특질을 ‘붕락성’(崩落性, Hinfälligketit)으로 파악하고 이것을 존재론의 입장에서 새롭게 분석하려고 한다. 미의 붕락성은 결국 “심연 속에서 서로 분리된 두 가지 적대적인 존재원리” 사이의 긴장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인데, 그 존재원리는 셸링에 의하면 의식과 무의식이고 예술은 천재에 의한 양자 대립의 경이적인 해소라는 것이다. 이 양자는 바꿔 말하면 자유로운 역사적 정신과 비역사적 · 자연적인 것이고 , 양자의 근본적 긴장은 무지개와 같이 덧없는 미의 교량에 의해 간신히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제기된 문제의 본질적 해결은 하이데거가 행한 바와 같은 현존재에 대한 실존론적 분석을 기초로 한, 미적 인간의 실존분석에서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현 존재의 존재는 단순한 ‘현전 존재’(Vorhandensein)가 아니라 ‘존재가능’( seinkönnen)이다. 이 존재의 가능성은 하이데거가 말하는 ‘기투된’(geworfen) 가능성일 뿐이다. 역사적 존재일반의 시간성은 이리하여 피투성(被投性, Geworfenheit)으로 규정되는데, 그렇다면 예술가는 어떻게 규정될 수 있는가. 예술가가 그의 작업에서 성공하는 데에는 단순한 가능성 이상의 ‘우연’, ‘요행’이, 셸링이 말하는 ‘은총’(Gunst)이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서의 ‘존재가능’이나 ‘피투성’이라는 범주는 예술가의 현존재를 전적으로 지배하는 것일 수 없다. 이러한 존재방식을 규정하기 위해서는 존재의 새로운 범주가, ‘Para-Existenzial'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베커는 이것을 ’피담성(被擔性, Getragenheit)이라고 부른다. 이 피담성의 시간성은 그것 자체로서 완성되고 충족되었던 ‘영원의 현재’인데, 예술가도 또한 현존재의 피투성을 면할 수는 없다. 예술가의 존재는 현존재의 불안과 ‘피담성’의 안정 사이에 있다. 이리하여 예술가의 존재는 영원의 현재와 현존재의 입장에서 행하는 모든 것을 무(無 )로 만드는 현재(Jetzt)를 은총으로 통일시키고, 나아가 이 양자의 모순을 의식하는 것으로서 모험성( Abenteuerlichkeit)을 갖고 있으며, 미의 덧없음도 또한 이러한 의미에서 파악되는 것이다.
쿠즈니츠키(Gwertrud Kuznitzky)는 존재의 통일이 모든 진리의 출발점으로 된다. 따라서 철학적인 분석이 미적인 것의 영역에서 작용하는 체험형식과 존재형식을 이 존재 통일의 전개로서 이해시킬 수 있는 경우에만 미학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미적 체험에서는 인식의 관점과는 엄격히 구별되는, ‘우리의 존재’(Unser Sein)와 ‘자연존재’(Natursein)가 통일된다고 한다. 또한 미적 체험은 ‘우리의 존재’와 ‘자연존재’의 ‘상징적 현재화’(symbolisches Vergegenwärtigen)라고도 한다. 미적 대상은 시간· 공간에서 존재와 우리의 고유한 존재를 나타냄으로써, 단순히 양자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양자의 결합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으며, 그러한 의미에서 이것은 존재일반에 대한 내적 관계에 응하고 있다. 미적 대상은 자연과 우리에게 절대적인 것으로서의 존재를 나타내는 것이다(Die Seinssymbolik des Schönen und die Kunst, 1932).
쉴링(Kurt Schilling, 1899~)은 정신적 생(生)을 “가능성으로서의 세계 내 존재” (In-der
-Welt-sein als Möglichkeit)로서 파악하는 한편, 시간적 양상에 따라서 실천적 행위를 ‘미래’에, 인식을 ‘과거’에 관련짓고, 예술적 향수를 ‘현재’로서 순수하게 그 자체에서 충족하고 영속되는 세계 내 존재라고 보며, 세계 내 존재로서의 인간 본질은 예술에서 비로소 나타나게 된다고 한다.(Das Sein des Kunsttwerks, 1938).
전후에는 에어리히(Walter Ehrlich, 1896~)가 독자적인 존재론에 입각한 미학이론을 전개하고 있다. 그는 미를 자연미와 예술미로 양분하는 습관적 분류를 비판하였다. 자연미적이라는 것은 기체(基體, Substrat)는 실재적이지만 형태는 주관적이고, 이에 비해 예술미적이라는 것은 실체는 비실재적인데 형태는 객관적이다. 이처럼 근본적으로 다른 양자를 이해하기 위해, 그는 이러한 것들에게 의의를 부여하는 제1차적 · 원리적 미 -규범적, 존재론적 미 - 를 상정하고 이것을 직접적 · 경험적 시공간을 초월한 규범적 차원에서 만남으로써 나타나는 선험적 존재와의 관련 속에서 설명하고 있다.(Ästhetik,1947). 또한 퍼페트(Wilhelm Perpeet)는 예술의 무시간성(Zeitlosigkeit)을 논하여, 어떠한 종류의 지속도 결국 하나의 시간양상(Zeitweise)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함으로써 당시까지의 논리들을 비판하고 있다. 그는 미적 체험의 시간구조를 묻는 데서 출발하여 예술의 시간적인 존재방식을 성숙(Zeitigung)으로 규정하고, 나아가 미적 체험에는 그때까지 이해가 불가능했던 것과 본질적인 것을 밝히는 빛이 돌연 나타나는 순간이 있다고 한다. 어떤 의미가 번뜩이는 그 빛은 순간을 초월 · 확대되어, 그때까지 아무런 관계도 맺지 않고 있었던 것들을 전체적 삶 속에서 연관된다. 이러한 순가, ‘돌연’(das plötzliche)은 무시간성의 성격을 갖는다. 시간적 현존재로서의 인간이 무시간적 현존재가능을 체험하는 은총으로서의 순간은 예술체험에서 이루어지로, 그때 예술의 무시간성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Von der Zetilosigkeit der Kunst, in : Zahrbuch f. Ästh. u. allg. KunstWiss., 1951).
베커나 N. 하르트만의 존재론을 근거로 하면서 벤제(Max Bense, 1910~)는, 미학은 진정한 의미에서 존재의 분석이라고 보고 미적 대상의 존재 방식을 해명하려 했다. 예술작품은 형성된 것으로서 실재성을, 재료나 공간 · 시간을 갖지만, 형상이나 시작(詩作)된 것은 그것에 의해 존재하는 바의 실재적인 것을 넘어서 그 이상의 것으로 된다. 거기에는 새로운 존재 방식이 나타난다. 이러한 의미에서 - 다시 말하면, 그 자체는 실재성을 초월해 있으면서 - 미적 대상의 존재방식은 ‘동시실재성’(Mitrealität)으로서 규정된다. 미적 지각에서 지각된 것은 단순히 실재적인 것이 아니라 ‘기호’(Zeichen)이다. 기호는 그때마다 존재자의 기호가 아니다. 그것은 존재자의 존재의 기호이고, 기호의 지각으로 우리는 예술작품에서 동시실재적 존재와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Aesthetica, 1, 1954).
존재론적 방법은 문예학의 영역에도 도입되어 여러 가지 시도를 낳았는데, 그것에 관해서는 「문예학」에서 상술하겠다. 또한 프랑스에서는 사르트르가 훗설이나 하이데거에게 배우면서 이색적인 예술관을 정립하기 시작하여 실존주의적 미학의 동향이 최근 현저하게 나타나는데, 이것에 대해서는「프랑스 미학」을 참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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