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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르트만] (Eduard Von Hartmann)

하르트만(Eduard Von Hartmann,1842~1906 )

우리는 피셔의 미학사상에서 그것의 기초인 관념론 자체가 점차 해소되어 가고, 미의 심리적 현상을 출발점으로 하는 새로운 미학이 모색되고 있음을 보았다. 더 내려와 19 세기 말에 등장한 하르트만의 『미의 철학』(Philosophie des Schönen,1887)은 심리학 · 생물학 등 여러 근대 과학으로부터 보다 현저하게 영향을 주고 있지만, 다른 한편 결코 관념론의 입장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구상적 관념론’의 체계를 세우려는 태도를 취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피셔와는 대조적이다.
하르트만은 세계의 근저를 ‘무의식’(Das Unbewußte)이라고 불렀다. 그것은 헤겔의 ‘이념’과 마찬가지로 논리적 실체자이기는 하지만, 바로 그것이 ‘무의식’으로 가라앉음으로써, 어떤 의미에서는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같은 비합리적 성격을 포괄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의 주저서로 주목받는『무의식의 철학』(Philosophie des Unbewußten,1869)은 이러한 근본사상에 입각하여, 모든 존재에서의 ‘무의식’ 현상을 추적하고, 자연철학으로부터 형이상학에 이르는 ‘무의식의 현상학’을 보여주고 있다. 미에 관한 문제도 여기서 이미 간단하게나마 취급되어, 인간의 무의식적 정신활동인 미적 판단과 예술창작도 모두 어떤 무의식의 과정에서 생겨난다고 설명된다. 이러한 근본사상을 거친 후에 씌어진 미학은 의식에서의 미를 논하는 것이지만 ‘무의식’은 어떠한 의식적 행위에서라도 끊임없이 그 근저에 따라다니는 것이기 때문에, 미학도 그러한 한에서 그의 저작에 나타난 사상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하르트만은 『미의 철학』에서 우선 미가 성립하는 조건을 인식론적으로 분석하고, 미는 ‘미적 가상’(der ästhetische Schein) 속에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객관이 제공하는 성질에 의해 촉발된 주관의 현상이고, 그런 의미에서 주관과 객관의 협동작업의 산물이다. 그것은 현실존재와는 다른 관념적인 의미내용이지만, 다른 한편 거기서 정신적인 내용이 감성적으로 표현하는 한 객관성을 갖는다. 이러한 ‘미적 가상’은 심리적인 작용으로서 ‘가상감정’(Sch-eingefühl)을 환기시키는 것인데, 이것은 현실의 대상에 의해서 현실의 자아 속에 환기되는 현실감정과는 구별되는 완전히 관념적인 것이다. 때문에 가상감정의 자아는 현실의 연관을 떨쳐버리고, 마찬가지로 관념적인 ‘가아’(假我, Schein-ich)로 되어야만 한다. 이러한 ‘가아’는 가상감정의 자유로운 부유(浮遊)를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여기에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동시에 미적 가상 속에 투영된다. 그러나 이러한 투영은 현실의 자아와 일단 분리되어 이루어지기 때문에 현실의 자아까지 가상에 투입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일은 없다. 이러한 착각이 생겨나는 것은 다음에 서술하는 ‘미에 있어서의 쾌감’(Lust am Schönen)의 경우이다. 즉, 넓은 의미에서의 미의 감정에는 이상에서 서술한 가상감정 외에도 , 현실의 자아가 가상에서 성립된 미를 향수할 때 생겨나는 쾌의 감정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명확히 가상감정과 다른 현실 감정이고, 전자의 자유로운 부동성에 비하여 보다 명확하고 막강한 것이다. 더욱이 그것은 현실의 자아가 갖는 동기와 관심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 미에 있어서의 쾌감도 가상 감정과 융합하여 미적 가상에 투영되며 그 결과 향수의 기쁨이야말로 대상이 갖는 속성이라는 식의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라는 점도 지적되어 하르트만의 미적 체험에 대한 분석은 점점 더 정밀해진다. 그러나 우리는 다음에 『미의 철학』의 중심부분을 형성하고 있는 미의 구상단계(Konkretionsstufe)와 미의 양태에 관하여 살펴보아야 하겠다.
우선 하르트만은 감각적인 쾌락을 무의식의 형식미로 보는 데서 출발하여, 수학적 미, 역학적 미, 수동적 합목적성의 미(무기체에서의 합목적성의 미), 생명체의 미, 유(類)의 미 등을 형식미의 6단계로 설정하고, 마지막으로 구체적인 미로서 개체의 미를 꼽고 있다. 이러한 7 단계를 통하여 보다 구체적인 것으로 되는데, 구상화의 단계가 진행됨에 따라 감소하고, 개체미에 이르러서는 일종의 신비성마저 띠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단계에서의 미는 어쨌든 좁은 의미의 미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하게 변화한다. 그것이 좁은 의미의 단순한 미일지라도 미적 가상이라는 주관의 현상으로서 성립하는 한 본래 주관적 색채를 가진 것이었지만. 좀 더 나아가 이 주관이 일종의 실천적 태도를 취하고 객체의 힘과 자기 자신의 힘을 비교하는 데 이르게 되면, 미는 숭고와 우미의 양극으로 분화된다. 즉, 주관이 약자로서 객체의 힘에 대면하는 경우에는 숭고가, 주관이 강자로서 객체 위에 군림하는 경우에는 우미가 각기 미의 양태로서 성립하는 것이다.
그런데 하르트만에 의하면, 모든 자연적 존재는 갈등(Konflikt)이 빚어내는 동적인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서 구상화되는 미도 이 갈등과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이 갈등이 해소되는 방식에 따라, 미의 양태가 다시 다른 관점에서 논의된다. ‘내재적 해소’로서의 ‘감상’과 ‘비애’, ‘논리적 자기 해소’로서의 ‘골계’, ‘초월적 해소’로서의 ‘비장’, ‘복합적 해소’로서의 ‘유머’ 등이 그것이다. 또한 하르트만은 모든 미가 (구상적 단계에 있어서든 양태에 있어서든) 상대적으로만 미이고, 따라서 상대적으로 추를 포함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음악에서의 불협화음이 보다 고차적인 미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추이듯이. 추도 미의 구상화를 진행시키는 매체(Vehikel)인 한 미학에서 적극적 의미를 갖게 된다.
이리하여 미의 여러 가지 모습은 미의 구상단계, 미의 양태, 또한 추와의 상대적인 관계 등 여러 가지 입장을 취하면서, 입체적으로 제시되게 되었다. 여기서는 종래의 미학이론에 나타났던 많은 개념이 체계적으로 망라되고 종합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그러나 미학사에 남긴 하르트만의 독창적인 업적은 미적 체험의 심리적 구조를 세밀하게 분석한 그의 미적 반영론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리하여 19 세기 말에 독일 관념론의 기치를 다시금 높이 내건 것으로 간주할 수 있는 하르트만의 미학이, 그 가장 생생한 부분이 이미 관념론을 벗어나 오히려 심리학적 분석에 접근해 있다는 것은 피셔의 후기 경향과 함께 흥미롭다. ‘독일 관념론’ 미학이 역사상에 그려낸 웅대한 포물선은 여기서 일단 막을 내리고 새로운 시대의 실증적 정신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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