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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

1930년대 이래 서구에서의 국가면모는 정부에 의한 합리적 수요 조절의 가능성과 자유경제 메카니즘의 기치를 내건 케인즈주의로 뒷받침된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의 경기침체는 경제회복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 개입을 요구하게 되고, 그러한 증대되는 요구에 대해 기존의 다원주의적 국가관은 대처하기 어려운 국면에 놓이게 된다. 또한 “국가는 자본가계급의 이익을 대변하는 집행위원회에 불과”하다는 마르크스주의의 국가관이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의 이행으로 이어지자 이에 반발한 네오 마르크스주의자들은 하부구조의 수동적인 반영 이상으로서의 국가를 규명하고자 한다. 이들에 있어서의 국가는 독자적으로 경제영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독립 변수로 간주되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서 국가의 자율성이 도출되는 근거가 마련된다.
중심부에서의 축적된 국가론 논의는 한국에 있어서 국가를 설명하는 작업에도 방향제시를 하여 줄 수 있겠지만, 그러나 그것은 선진자본주의의 위기상황에서 발생된 서구의 국가론이란 점에서 한계적일 수밖에 없다. 지난 20년 간 국가주도 하의 경제개발을 추진해온 한국에서의 국가는 본원적 축적이 미약했던 자본가계급에 대해서 상당한 조정과 후원 및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었으며 또한 노동자계급에 대해서도 先성장 後분배의 이념 하에 경제적 배제와 정치적 제재를 통해 그 강한 면모를 보일 수 있었다.
한국에서의 국가 자율성은 식민통치를 경험한 과대성장국가라는 점, 분단상황에 의한 반공이데올로기의 확산, 등으로 더욱 그 기반을 공고히 하게 된다. 그러나 성장과정에서의 세계경제체제로의 편입은 국가의 부분적 자율성으로 극복하기에는 너무나 강력한 구조적 제약을 가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형성되는 독점자본의 형성과 성장은 국가의 상대적 자율성의 명백한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다.
여기서는 세계체제, 역사적 경험, 계급구조 등의 대내외적인 변수들의 역동적 관계 속에서 한국이 갖는 상대적 자율성을 파악하면서, 그것의 한계와 제약요건을 구체적으로 밝혀보자. 그럼으로써 한국의 국가 성격은 구체화될 것이며, 그 올바른 위치정립에의 가능성과 방향이 제시될 것이다.
(1) 세계체제 속에서의 국가형성 : 1876년의 개항과 그 이후의 한일합방으로 한국은 세계자본주의 체제의 중심국으로 상승중이던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함으로써 세계체제에 주변부로 편입되는 과정을 겪게 된다. 식민지 하의 한국의 경제구조는 내재적인 발전의 가능성을 배제당함과 동시에 일본의 하부 구조로서의 파행적 경제구조를 갖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의 결과로 외부로부터 주어진 해방은 전후 세계냉전체제 성립의 기초를 이루는 새로운 정치적 분임구조로서 재편성됨을 의미한다. 즉 한반도의 분할은 자유민주주의체제 유지를 위해 소련의 사회주의혁명 파급을 막기 위한 보루로서 미국의 정치 · 군사적 전략에 의한 것이었다. 미국의 對韓 전략을 수행하기 위한 기구로서 미군정은 해방 이후의 남한의 국가형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미군정 하의 국가 형성의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결론지을 수 있다.
첫째, 미국의 외교정책의 한 분파인 국가주의자 (혹은 현실주의자)의 득세로 분단국가가 형성되었다. 이는 미국 중심의 세계자본주의체제 유지 보호를 위한 대소 봉쇄적인 성격을 지니는 것이다.
둘째, 친미적인 정부와 자본주의 경제를 표방하는 세계체제의 보루로서의 남한을 구상한 미국에게 있어 변혁을 요구하는 진보적 성격을 띤 민중들은 융합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귀결로 反진보적 성격을 띠고 있던 한민당과 이승만을 중심으로 한 정치세력이 결탁하게 되고 민족주의자들인 김구 · 여운형 · 김규식 등은 배제의 대상이 되었다, 민중부문의 배제는 정치적 성격이 짙지만 동시에 이들의 물적 기반을 구축하는 경제정책의 실시로 부의 축적의 대상에서 제외되어 갔다.
세째, 미군정 하의 현상유지적인 농지개혁, 귀속재산의 불하와 원조는 종속적 관료독점 자본주의라는 한국 경제구조의 전제조건을 형성했다.
네째, 일본총독부 관료조직의 부활, 일제하 한국인 관료와 경찰의 재임용은 고도의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거대하고도 강력한 국가가구의 수립으로 이해될 수 있다. 즉 미군정에 의해 일본제국주의 하의 상부구조가 그대로 보존되었음을 볼 때 남한의 국가형성과정은 알라비가 말하는 과대성장국가 (over developed state) 개념에 잘 부합되는 것이다.
(2) 경제구조의 변동과 국가 :
① 국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국가기구 자체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계급지배를 집중시키고 제재하는 것과 동시에 사회관계를 재생산함으로써 사회구성체의 통일과 응집을 유지하는 것을 주요 역할로 하는 국가기구는 억압적 국가기구와 이데올로기적 국가기구로 구분해서 살펴볼 수 있다. 억압적 국가기구는 물리적 강제를 통해 동의체계에 도전하는 민중부문을 억압할 뿐만 아니라, 단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동의 획득의 역할을 수행하며 억압적 국가기구에는 행정기구 · 경찰 · 군대 · 비밀정보기관 · 사법부 등이 이에 포함된다.
한국에 있어서 특별히 중요성을 지니는 관료제와 군부를 중심으로 국가기구에 대해 살펴보자. 먼저 관료제를 보면, 해방 이후 과대성장국가의 형성과정에서 보여지듯이 한국에 있어서의 그것은 사회부문의 형성에 비해 과잉발달된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이후 이승만 정권 아래서는 미군정으로부터 인계 받은 귀속재산의 관리 및 처분권을 바탕으로 강력한 국가기구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의 물적 기반을 확보할 수 있었고, 50년대 한국전쟁으로 인한 막대한 원조는 이를 더욱 강화시켰다.
1960년대 박정권의 〈지도자본주의〉 하에서 관료제는 기업들에 대한 특혜금융, 차관의 선별적 배분 및 지불보증 등을 통하여 더욱 강화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였으며, 군부로부터의 관료엘리트의 충원도 이 시기에 들어서 급증하게 된다. 이는 사회의 상대적 열위를 의미하며 정치 사회적 조직들 간의 연결망이 약한 까닭에 정당이나 의회의 기능을 미약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중요한 정책은 행정부의 최고책임자와 소수 관료 및 테크노크라트들에 의해 결정되며, 이는 결국 국가의 도구적 자율성을 제고시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국가의 도구적 자율성의 제고는 초(超)사회적 권위를 획득하고 있는 군부에 의해서도 뒷받침된다. 한국의 사회는 20년 이상 군의 정치권력의 직접적 장악에 의한 의사(擬似)민간정부에 의해 통치되고 있다. 60만을 상회하는 현역군의 존재와 예비군, 민방위대의 조직은 군부의 정치개입이 사회의 조직원리로까지 확대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데올로기적 국가 기구들은 동의전략의 구사를 통하여 피지배계급이 혁명적 계급이 되기 위해서 (즉, 즉자적 계급에서 대자적 계급으로 전환되기 위해서) 요구되는 주관적 요소의 계기적 확보를 저지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② 세계 정치체제에서의 한국의 위치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이론틀로 분석해 볼 수 있다. 우선 국가성립의 문제이다. 한국은 토착민족에 의한 오랜 국가경험을 갖고 있으나, 일본제국주의에 의해 단절되었다가 해방 후 세계자본주의 체제, 그 중에서도 주로 미국에로 편입된다. 둘째, 한국의 지정학적 상황이다. 한국은 이데올로기 측면에서 반공의 최선봉이고 공간적인 측면에서 동북아시아에 위치해 있다. 전자의 경우 5 · 16의 민간화, 베트남 파병 등을 예로 들 수 있고, 후자의 경우는 미국의 지역통합전략의 일환으로 한일회담, 닉슨 독트린 등으로 그 예를 들 수 있다. 세째, 군비경쟁이다. 한국의 경우는 분단이라는 상황을 전제해야 하는 것이다. 세계경제체제에서의 한국의 위치를 외자도입 · 무역의존도 · 기술이전 등으로 틀 지울 수 있는데, 그것들은 종속적 발전모델의 틀이기도 하다. 한국의 경우 외자도입의 문제에서 다국적기업보다는 외채가 더욱 심각하다. 그러나 다국적기업도 점점 더 증가될 추세에 있으므로 앞으로 한국 경제와 세계경제 종속도에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외채의 문제와 더불어 종속적 발전의 척도로서 이야기될 수 있는 것이 무역의존도이다. 한국의 경우 공업에 필요한 자본재의 도입, 그리고 상품판매의 시장까지도 미 · 일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은 종속도가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번째의 분석틀은 기술 이전의 문제로서 특히 일본과의 종속적 구조는 상당히 심각하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이야기할 수 있는데, 첫째로 한국은 미 · 일을 중심으로 하여 세계체제의 반주변부에 위치해 있다는 점, 둘째로 한국에 있어서 해밀턴이 말한 도구적 자율성은 신장되었으나 구조적 자율성은 전혀 없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국가의 논리 중 가장 궁극적인 목표는 바로 중심부 미국의 논리인 자본주의 세계체제의 유지라는 사실이다.
③ 한국 사회내부의 구성에 촛점을 맞추어 국가와 계급의 관계를 살펴보고 국가가 어떻게 지배계급과의 관계에 있어서 상대적 자율성율 구가하고 있으며 급속한 진행 과정 속에서 그 모순을 담지하는 충의 파악을 통하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을 극복하고 보다 바람직한 모습으로 변혁시키기 위한 변혁주체의 정립을 시도할 것이다. 현재 한국 자본주의를 규명하는 논의는 〈국가독점 자본주의론〉과 〈주변부 자본주의론〉 두 가지로 대별되고 있으나, 이의 장단점을 파악하여 종합적으로 발전시켜 〈종속적 관료독점 자본주의〉로 규정한다. 또한, 이 규정에 따라 자본주의의 유형적 보편성을 확고히 인식하면서 동시에 한국사회의 사례적 특수성을 감안하여 다음과 같은 계급적 모델을 시도하여 국가와 계급의 문제를 보다 적실성 있게 이해한다.
i) 1960년대 이후의 급속한 자본주의화는 자본가 계급의 구조화와 노동자 계급의 창출이라는 계급 구조화의 양상을 보여주었다. 국가주도의 수출지향적인 독점 자본주의화는 독점자본의 지원과 중소자본의 배제로 경제구조를 2중구조로 귀착시켰다. 꾸준히 성장해온 독점 자본가 분파는 국가의 도구적 자율성을 제한하려 하나, 독점자본의 생산력 기반이 대외의존적이고 자본축적적인 면에서 관료의존적 성격을 지님으로써 국가는 독점자본가 분파에 대해 도구적 자율성을 구가하고 있다.
한편, 노동자계급은 국가주도의 경제정책에 의해 왜곡된 노동력이 창출되고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의 열악한 상태에 놓이게 되고, 철저한 노동통제를 받게 된다. 즉 산업화 과정에서의 모순을 가장 첨예하고 직접적으로 전가받으며, 이들은 양적인 증가와 계급의식의 성숙으로 조직화해 나감에 따라 모순을 극복, 지양해 나갈 수 있는 선도적인 계급이 된다.
ii) 1950년대 이후 국민의 열망 속에 지속되어온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는 5 · 16 군사쿠데타 정권의 정통성 획득에 대한 노력과 일치함으로써 1960년대 이후 서구선진국의 사양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노동집약산업의 수출에 의한 경제성 정책을 전개하게 된다. 노동집약적 산업이란 본질적으로 양질의 저렴한 노동력을 필요로 하며, 이것은 국가 및 자본이 노동시장의 공식 · 비공식 부문의 양분을 통한 고용 메카니즘을 조작하여 저임금 구조를 형성하게 된다.
주변적 자본축적논리가 농업부문과의 연계성을 가지며 탄생하는 것이 저곡가정책이다. 이에 따라 농촌의 궁핍화현상이 일반화되어 매년 50만에서 70만의 이농인구가 발생하게 된다.
이들이 도시 주변에 집적하여 도시비공식부문이라는 도시빈민을 형성하게 된다. 여기서는 간단히 양부분에 대한 계급적 의의를 국가와의 관계에서 고찰하도록 하겠다. 일반적으로 주변부에 위치한 후기 후발공업국가의 계급운동 양상은 노동과 자본과의 관계에서 국가와 노동 간의 관계로 전환되어 나타나는데 비공식부문이란 바로 국가와의 계급적 운동양상을 첨예하게 드러내는 곳이라 하겠다. 국가는 비공식부문의 빈곤을 공식 · 비공식의 정책적 방법을 통해 조장하게 됨에 따라 철거문제 등의 단선적 운동형태뿐만 아니라 종합적 운동형태인 80년 광주사태 등이 발생하게 되었다. 이것은 계급적 대립의 모순의 일시적이며 폭발적 형태의 표출이다. 또한 농업부문에 있어서의 계급적 모순은 저곡가정책을 비롯한 수입자율화정책 등의 정책적 통제로 나타난다. 결국 국가 내에서 정치 경제 및 사회 문화로부터 소외되어 있는 농업과 비공식 부문의 종사자들의 공식부문과 함께 주변적 현상을 초래한다. 이를 유지시키는 근본 메카니즘에 대한 변혁의 노력 없이는 자본축적에 의한 구조적 사생아로서, 또한 빈곤을 재생산하는 구조적 기반으로서 半프롤레타리아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3) 한국국가의 성격 : 이상에서의 분석을 통해 우리는 세계체제와 국내의 계급구조로부터의 일정한 구조적 제한 속에서 한국의 국가가 지니는 성격을 파악할 수 있었다.
한국에 있어서의 국가는 강한 국가 (strong state)로서의 성격과 약한 국가 (weak state)로서의 성격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이는 한국에서의 국가가 지배계급 분파들에 대해 상당한 정도의 도구적 자율성을 구가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세계자본주의 체제와 국내의 경제적 토대에 의해 구조적으로 제약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에 있어서의 국가는 어느 면에서는 계급모순 및 민족모순을 계속 내포하고 있으며, 그 모순의 해소자는 가장 첨예한 모순의 담지자들인 것이며, 현재 한국사회의 계급구성상에서 볼 때 그것은 농민 · 노동자 · 도시빈민 등 3개 부문으로 표시되는 민중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들을 접맥시켜 〈변혁적 민중〉의 범주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노동자 중심부문을 선도성과 조직력 등이 인정되는 〈핵심적 민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그 다음이 봉급생활자, 지식인 그룹의 〈개념적 민중〉의 범주인데, 이들은 〈변혁적 민중〉과 연합할 수 있는 잠재적 지지, 보조 세력을 포함한다. 선거에의 참여 내지 정권에의 참여 문제는 주체를 〈개념적 민중〉의 범위까지 확대시켰을 때 제기되는데, 이는 직접적 이해관계의 고려를 통한 근본적 이해관계에 대한 표출을 약화시킬 가능성을 지니고 있지만, 동시에 변혁적 민중의 조직화를 촉진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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