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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로부터의 미학(실험미학)] ()



페히너(Gustav Theodor Fechner, 1801~87)는 ‘정신물리학’이라고 불려지는 심리학의 입장에서 실험에 의한 귀납적 ․ 기술적(記述的)방법을 미학에서도 사용하여 『실험미학론』을 저술하였는데, 그것에 뒤이어 그의 주요 저작으로 꼽히는 『미학입문』서문에서 그는 종래의 철학적․ 사변적 경향을 띤 미학을 ‘위로부터의 미학’이라고 하고, 이것에 맞서 과학적 ․ 경험적 미학으로서 ‘아래로부터의 미학’을 제창하였다. 이러한 방향은 영국이나 프랑스의 전통적인 경험론적 ․ 실증론적 미학사상과 함께 동시대의 인접한 여러 과학, 그 중에서도 특히 헬름홀쯔(Hermann ahelmholtz, 1821~94)나 라이프찌히에 심리학실습실을 세웠던 (1878) 분트(Wilhelm Wundt, 1831~1920) 등이 대표하는 실험심리학에서 영향을 받은 바 크다. 그에 따르면 ‘아래로부터의 미학’은 ‘위로부터의 미학’에 필수적인 기초이며, 전자 없이 후자는 ‘진흙으로 빚은 발을 가진 거인’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이리하여 그는 개개의 구체적인 미적 사실 및 관계에서 출발하여 일반적인 법칙 및 개념을 확립하는 것을 미학의 과제로 삼았다.
페히너에 따르면 우선 넓은 의미의 미(schön)란 직접적으로 만족감(Gefallen)을 환기시켜주는 성질을 가진 모든 것을 말한다. 그러나 미학이나 예술 관조의 경우에 좁은 의미의 미란 단순한 감성적 쾌감(Lust)보다도 고상한 쾌감을 감성적인 것에서 직접적으로 받아 들이기에 적절한 것을 말한다. 더욱이 이러한 규정만으로는 우리가 미의 주관성 이상이 될 수 없기 때문에 가장 좁은 의미에서의 미란 사실상 만족 · 불만족을 줄 뿐만 아니라 만족을 줄 권리를 갖는 것, 즉 만족감 속에 쾌감의 가치를 포함하고 있는 것을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요구법칙에 의해 제약을 받는 진정한 미의 개념에는 미와 선(gut)의 일반 개념이 서로 뒤엉켜 있게 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미의 개념은 선의 개념과는 달리 직접적인 만족감을, 따라서 쾌감을 환기시킬 수 있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페히너는 이러한 만족 · 불만족 혹은 쾌 · 불쾌를 환기시키는 미적 인상을 분석하는 데 있어서 일반적인 6 개 원칙을 설정하고 있다. 첫 번째, 두 번째 원칙은 양(量)적 원리이고,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원칙은 질적으로 일차적인 ‘최고의 형식 원리’이며, 여섯 번째는 이차적인 ‘내용적 원리’이다. 첫 번째인 미적 의식한계의 원리(Prinzip der ästhetischen Schwelle)란, 어떤 자극이 쾌 · 불쾌의 인상으로 의식되는 데에는 일정한 정도 · 강도가 반드시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인 미적 부조(扶助) 또는 고양의 원리(Prinizip der ästhetischen Hüulfe oder Steigerung)란, 혼자로는 의식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을 만큼 미약한 쾌감의 조건도 그것이 두 개 이상이 모여 모순없이 서로 협조하고 보조하게 될 때에는 개개의 쾌감 결과를 모두 합한 것보다도 커다란 쾌감의 인상으로까지 고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인 다양한 것의 통일적 결합 원리(Prinzip der einheitlichen Verknüpfung des Mannigfaltigen)란, 인간은 타고난 마음의 구조부터가 다양한 변화(예를 들면 aaaaaa······와 같은 연장적인 것이나 ababab ······와 같은 다수적인 것, 또는 abcdef······와 같은 점진적인 변화)를 좋아하고 그와 동시에 공통적인 연관에 의한 규칙성 · 질서정연함을 좋아하는 것인데, 여기서 이 양측면이 분산성이나 다양성이라는 어느 한쪽에 편중되지 않고 합법칙적으로 통일될 때 만족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네 번째인 무모순성 · 일치성 · 진실성의 원리란, 동일한 대상을 상이한 원인에서 지각하는 경우에 생기는 표상군이 서로 어우러질 때 쾌감이 주어지는 것인데, 그 연관되어 있는 표상들 사이의 어떤 부분에도 모순이 없을 때 내적 진리성이 존재하며, 그 연관되어 있는 표상 또는 개개의 표상이 현실에서의 표상과 모순되지 않을 때 외적 진리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예를 들면 천사의 날개는 나는 데 쓰이지 않는 듯이 묘사되어서는 안 된다). 다섯 번째인 명료성의 원리(Prinzip der Klarheit)란 앞의 두 원리가 충분한 미적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관조의 명료성에 의한 쾌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들 원리들 중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여섯 번째인 미적 연상의 원리이다. 그는 미적 인상에서 직접적 · 감각적 요인과 간접적 · 연상적 (예를 들면 전자는 음악에서, 후자는 문예에서 최대의 것이 된다) 및 양쪽 요인에 가변성을 가하는 결합적 요인〔예를 들면 전자의 경우에 원형은 정방형에 외접하는 것보다도 내접하는 쪽이 직접적 쾌감을 줄 수 있고, 후자의 경우에는 새로운 의미 내용이 부여된다〕을 구별했다. 색채나 음과 같은 감각적 요소, 혹은 선분이나 도형과 박자와 같은 단순한 기본적 형식이 부여한 특정 인상이 의미 ․ 목적 ․ 기억 따위와는 무관하게 그것 자체가 항상 직접적 쾌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은 페히너가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확인한 바이다. 이러한 직접적 요인을 갖고 있는 쾌감은 그것에 연상적인 요인을 갖는 쾌감이 결합됨으로써 조장되거나 저지되며, 그 결과 총체적 인상의 쾌와 불쾌는 서로 증감하게 된다〔예를 들면 빛나는 황금색과 보기 좋은 형상을 갖고 있는 오렌지는 쾌감을 주는데 그것은 미적 효과의 한 부분이다. 동시에 그 외관에는 그 맑고 싱싱한 맛과 향기, 그것이 익어가고 있는 나무 모양이나 주변 풍경, 하늘 빛 등과 같이 기억 속에 재생되어진 즉 모든 표상이 융합하여 색채와 형상의 감각적 요소에 의미를, ‘정신적 색채’를 부여하는 것이다. 만일 그것이 나무공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면 아무리 실물과 똑 같이 닮았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연상작용은 바뀌게 되어 총체적 인상이나 만족감도 변화하게 될 것이다.〕. 두 요인 사이의 이러한 관계로 인해 가시적인 영역에서 높이 및 강도라는 측면에서 약간은 두드러질 수 있는 모든 미적 인상은 동시에 거기에 따르는 연상작용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결코 성립될 수 없게 되며, 또한 그 관계가 문예에서는 연상요인의 활동범주를 최대한으로 넓혀주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상과 같은 과정을 통해 나타나는 것은 미적 부조(扶助) 또는 고양의 원리이다. 이렇게 하여 감각적 요인은 주로 미적 인상의 형식적 측면에, 연상적 요인은 주로 미적 인상의 내용적 측면에 작용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양자는 융합하여 총체적 인상을 형성하는 데에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하여 미에 존재하는 형식 ․ 내용의 계기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페히너가 미의 기본형식을 구축하기 위해 행한 실험이란 어떠한 것일까. 그는『실험 미학』에서 거론한 자이징의 황금분할법칙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최초의 단서를 얻어냈다. 거기에서 그는 예술품과 같은 복잡한 형식을 갖는 것 대신에 그 구성요소인 분할선분이나 직사각형 ․ 십자형 ․ 타원형 등에 대해 다수의 실험대상자들이 느끼는 만족 ․ 불만족에 의한 판단 결과를 통계적으로 기술하였다. 그 때 그가 사용했던 것은 선택 ․ 제작 ․ 통계라는 세 가지의 실험방법이다. 첫 번째는 실험대상자로 하여금 여러 가지 비율로 그려진 같은 종류의 도형 중에서 가장 자기 마음에 드는 도형을 고르게 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면적은 동일하게 하고 양변의 비율을 서로 달리한 10개의 직사각형) 두 번째는 실험대상자가 가장 자기 마음에 드는 비율을 가지 도형을 만들게 하는 방법(예를 들면 십자형에서 횡단선의 위치)이다. 세 번째로는 일상품이나 예술품(예를 들면 십자가 ․ 서적 ․ 편지 ․ 상자 ․ 창문 ․화랑의 그림 등)과 같은 기존 제품의 형상에 대해 수차례에 걸친 측정을 통해 그것들이 가장 쾌적한 효과를 나타내는 경우의 가장 단순한 수치관계를 조사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실험에 의해 확인된 심리적 사실을 기초로 하여 페히너는 상술한 원리들과 함께 똑 같이
『입문』 제2부에서 열거한 「미적 대조의 원리」 이하 10개 보조적 원리, 혹은 미나 미적 쾌감 등의 ‘예비 개념’을 도출해 냈다 그러나 미학을 만족 ․ 불만족의 학문으로 보고 외적으로 환기된 감각과 표상에 직접 찾으려고 한 페히너의 태도는 그 연상심리학적 관점과 함께 몇 가지 문제점을 드러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페히너의 미학에 체계적인 비판과 반성을 가한 것은 지앤(Teoder Ziehen, 1862~1950)이다. 그는 그의 저서『미학 강의』(Vorlesung über Ästhetik,1923)에서, 페히너가 미를 정의하는 데 효용적인 것을 제외하려고 했던 넓은 의미의 미에도, 비미적인 감성적 쾌(快)를 제외하려 했던 좁은 의미의 미에도 애매함과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그는 미적인 것을 규정하기 위해서 미적 쾌감이 쾌적이나 선 · 효용 · 진(眞) 등의 쾌감과 구별되어야 하는 어떠한 한계를 분석했다. 이러한 것 속에서는 쾌적의 쾌감과 미적 쾌감을 명확하게 구별하는 것이 곤란하기 때문에 후자는 오히려 전자의 특서한 분파 형식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계속해서 지엔은 일반 미학의 과제가 미적 체험의 향수 측면과 제작 측면 중에서 향수의 측면을 객관적 계기로서의 대상, 즉 자극과 주관적 계기로서의 감각요인과 표상요인, 그리고 합성적(resultant) 작용으로서의 감정으로 나누었다. 하자만 주 · 객 두 계기는 서로 분리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일반미학의 과제는 감각 · 표상 · 감정 · 제작 이라는 4 개의 미학을 취급하는 데 있다고 한다. 이것과 더불어 특수 미학의 과제는 자연미 · 예술미 · 기타 목적을 가진(heterotelisch) 미의 문제를 취급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과학적 미학의 방법에 대해서 지엔은 페히너의 실험적 방법을 좁은 의미의 실험적 방법이라고 하여 페히너가 경시했던 예술품이나 자연미와 같은 복잡한 대상을 실험 수단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부차적인 실험적 방법이라고 하고, 전자의 종합성과 후자의 분석성을 함께 사용해야 한다고 하였다. 거기에서 지엔이 들었던 실험적 방법은 선택의 방법과 절대적 빈사(賓辭)의 방법(Methode der absoluten prädikate)이다. 전자는 비교적 · 복수적 혹은 상대적 방법이라고도 불린다. 이것은 실험 대상자의 쾌감의 차이를 염두에 두지 않는 양(量)적 · 객체적인 페히너 의 방법에 비해 질적 · 주체적인 방법이며, 일정한 미적 영역에서 뽑아낸 두 개 이상의 대상을 실험 대상자에게 보여주어 그 대상 중 어느 것이 가장 쾌감을 주는가를 차례차례로 지정해감으로써 미적 쾌감의 질적 차이나 그것에 수반되는 연상 작용의 차이를 명확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후자는 단수(單數)적 또는 절대적 방법이라고도 일컬어지는데, 이것은 실험 대상자에게 유일한 대상이 제시되고 그것에 절대적 빈사(예를 들면 대단히 아름다운, 아름다운, 보통, 추한, 대단히 추한)를 부여해야 한다. 이것에 의해서도 마찬가지로 연상작용이나 정서의 질적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이와 같은 방법적 조작을 통해서 지엔은 처음에 잠정적으로 설정해 놓았던 미적인 것의 한계를 예술 전반에 걸처 상세하게 검토하고, 그 위에서 미적인 것에 대한 일반 이론적 규정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의 연구 태도는 페히너보다도 확실히 과학적이었다.
지엔과 마찬가지로 페히너의 실험미학은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는데, 미국에는 위트머(Lightner Witmer, 1867~?)가 처음으로 소개하였다. 또한 페히너가 배제했던 직접적 인상의 기분적 계기를 고려함으로써 미적 판단이 감정이입에 의거하고 있다고 주장한 사람은 제갈(Jakob Segal, 1883~?)이었다. 또 퀼페 (Oswalde Külpe, 1862~1915)는 시간적 변화라는 방법(Methode der zeitlichen Variation)을 제안하여 미적 인상의 변화 과정을 명확하게 하려 하였고, 콘은 색채 배합에서 대조 혹은 포화도와 감정작용과의 관계를 연구했다.
그러나 ‘아래로부터의 미학’은 페히너류의 실험미학 분야에서 그리 커다란 비약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그 과학적 · 실증적 연구 방법을 확장 · 발전시키는 데에서는 그로스 ·그로세 · 발라세크(Richard Wallash다, 1867~1917) 등과 같이 생물학적 · 인류학적 · 사회학적 관점에서 예술의 기원을 연구했던 사람들, 혹은 일반적으로 예술학파 사람들 사이에서 지대한
성과를 거두어 오늘날 과학적 미학의 방향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영국의 리드, 프랑스의 랄로, 미국의 먼로 등이 이러한 경향을 대표하는 사람들이다. 먼로에 의하면 페히너류의 실험미학이 발전되지 못했던 것은 시야가 협소한 그 방법상의 결함에 원인이 있었다. 따라서 현대 경험주의적 미학은 페히너가 배척했던 형이상학적 이론까지도 포함하는 모든 유효한 이론과 체험된 구체적 사실을, 편견없는 정당한 실험적 태도를 가지고 비교 · 분석하여 과학적으로서의 미학의 지위를 확립해야 하는 것이다. 또 위스망(Denis Huisman)은 실증적 · 과학적 미학의 계보나 기반이 프랑스에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미학이 실험적이고 정확하며 실증적이라는 것을 거부한다면 더 이상 미학은 존재할 수 없게 되어버릴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장래 미학이 지닌 가능성을 그의 스승인 E. 수리오 사상 속에서 창출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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