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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과거에서 온다
김진영 지음
출판사 - 포스트카드
초판일 - 2019-01-30
도서소장처 - 노동자의 책
조회수 : 101

책 소개

이 책은 철학자이자, 벤야민과 아도르노 연구자였던 고(故) 김진영 선생이 남긴 강의를 정리한 첫 번째 강의록이다. 선생은 독일에서 오랜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철학아카데미와 여러 대학에서 벤야민을 강의해 왔다. 2013년부터는 오랫동안 천착해왔던 벤야민에 대한 저술을 준비하기 위해 철학아카데미에서 매주 토요일 오전 벤야민 선집을 읽는 강독 강의를 진행해왔다. 이 연속 강의들은 벤야민의 『일방통행로』부터 시작되어 벤야민의 보들레르 읽기,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같은 중요한 소논문 강독을 거쳐 6학기에 이르는 『독일 비애극의 원천』 강독으로 지속되었고, 병마로 중단되지 않았다면 『아케이드 프로젝트』까지 이어질 예정이었다. 이 책은 벤야민 강독에 앞서 대중강연으로 열렸던 “발터 벤야민과 근대성”이라는 9강의 강의를 녹취하고 정리해 출간한 것이다. 이 책은 김진영 선생의 벤야민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근대성을 중심으로 철학과 문학을 아우르는 저자의 독해와 지혜를 선사할 것이다.

왜 벤야민인가?
서구에서도 한국에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주목받고 있는 벤야민이지만, 철학자 김진영은 왜 벤야민에게 주목했을까? 김진영 선생은 벤야민이 “역사라는 이름의 운동장에 자신의 삶을 모두 주어버린 사람”이었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벤야민은 서구 자본주의의 절정기가 급작스럽게 1차 대전과 2차 대전으로 치닫고 있는 유럽에서 서구 문명의 몰락을 끝까지 지켜보며 기록하다가 자신의 운명까지 바친 지식인이었다. 서구 근대문명을 산보객처럼 방황하듯 거닐며 벤야민은 역사철학적 시선으로 몰락해가는 시대의 표지를 꼼꼼히 수집하고 기록하였으며, 새롭게 배치하며 코멘트(kommentar)를 붙였다. 그러나 그것은 시대의 표지처럼 남은 쓰레기들 속에서, 폐허 속에서, 버려진 것들 속에서, 아무도 보지 않는 것들 속에서 남아있는 새로운 세상의 가능성이라는 ‘쓰여지지 않은 것을 읽는’ 행위이자 실천이었다. 벤야민은 자신의 삶의 위기의 순간에 정리하고 있던 『베를린의 유년시절』에서 자신의 유언을 기록하듯이 마지막 장 「꼽추난쟁이」에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벤야민은 스스로를 사회의 소외당한 ‘꼽추난쟁이’와 같은 이들을 눈여겨 바라보지 못했던 시절에서 자신이 점점 그러한 꼽추난쟁이와 같은 삶을 살아가게 되는 이로 변하는 과정을 덤덤히 기록했다.

박탈당한 전통을 되찾기
자본주의의 실질적인 행위자이지만 그 한 켠으로 밀려난 프롤레타리아트는 과연 대중이나 군중에 불과한 것일까? 그들은 자신들이 만들어낸 상품들이 진열된 쇼윈도의 바깥에서 반짝이는 환등상과 같은 상품들에 그저 부러워하고 현혹되는 수동적 존재에 불과한 것일까?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근대인들은 부르주아든 사회주의적 진보주의자든 자신의 온전한 삶을 박탈당하고 있다. ‘지금 여기’가 아닌 미래를 위해 현재의 시간을 저당 잡힌 채 살아나가며, 시대의 꿈과 소망이 담긴 자본주의를 정당하게 상속받지 못한 채 자신들의 삶을 박탈당한 채 살고 있다. 우리가 박탈당한 전통은 의례화되고 아우라를 통해 우리를 구속하고 지배하는 그 무엇이 아니다. 우리는 지배자들이 소유하고 도구가 되어버린 전통을 박탈하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 과거로부터 희망의 불꽃을 점화해야 한다.

역사가의 임무
“적들은 나날이 승리하고 있다. 지배계급의 도구가 되어 버린 전통으로부터 새로운 전통을 빼앗지 못한다면, 과거로부터 희망의 불꽃을 점화해 내지 못한다면 현재의 우리뿐만 아니라 이미 죽은 자들도 안전해지지 못한다.”(『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중)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로서, 소비시대의 소비자로서 수동적인 피지배계급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대중과 군중을 벤야민은 ‘비상사태’ 속에서 역사의 주체로서 깨우려고 한다. 역사 속에서 패배당한 그들 안에는 “복수의 정신”이 오롯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그들을 소외하고 착취한 이들을 정당하게 증오할 수 있는 힘이 존재한다. 우리는 과거의 이미지를 포착하기 위해 지금 이 “위기의 순간에 섬광처럼 지나가는 기억의 이미지를 꼭 붙들어야” 한다. 우리는 우리 자식들의 얼굴을 생각하며 미래에 지금 여기의 삶을 저당 잡혀서는 안 되며, 과거의 우리 아버지들과 어머니들의 얼굴을 기억해 지금 여기를 조금이라도 바꾸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역사가는 지금 여기의 모든 것을 기록해야 한다. 누군가를 위해서 수집한 무엇을 고르고 선별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기록해 언젠가 후대의 사람들이 그 수집물의 배치를 통해 발견하고 도래하게 될 의미를 충실히 모아 놓아야 한다(아카이브). 그것이 각자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들, 그리고 우리 역사가의 임무이다.

김진영과 벤야민, 그리고 벤야민 강의
김진영 선생의 강의를 통해 깨어난 벤야민은 김진영의 벤야민이다. 그는 벤야민을 불러내 “과거 사람들과 현재의 우리 사이의 은밀한 약속”을 이야기하고, 우리 안에 존재하는 “메시아적인 힘”을 북돋우려 한다. 벤야민과 같이 “토성의 영향 아래”에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슬픔에 몰입하는 멜랑콜리커로서 자신 안에 있는 “메시아적인 힘”을 길어 올려 참담한 현 시대를 읽어내고 수집하며 대결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벤야민이 스스로 말한 것처럼, 벤야민을 읽는 것은, 그리고 벤야민을 읽는 사람은 스스로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 ‘난쟁이 꼽추’가 되어 가는 과정을 돌아보는 것인지도 모른다. 저자가 깨어낸 벤야민과 벤야민 강의는 글을 읽음에 따라 스스로의 가슴을 부끄럽게 돌아보는 과정이다. 누구나 그처럼 살 수는 없겠지만 한 지식인의 삶을 따라가면서 그가 느낀 부끄러움의 감정에 동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김진영 (지은이)

고려대학교 독어독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았다.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비판이론과 그중에서도 아도르노와 베냐민의 철학과 미학을 전공으로 공부했으며 그 교양의 바탕 위에서 롤랑 바르트를 비롯한 프랑스 후기 구조주의를 함께 공부했다.
특히 소설과 사진, 음악 등 여러 영역의 미적 현상들을 다양한 이론의 도움을 받아 자본주의 문화와 삶이 갇혀 있는 신화성을 드러내고 해체하는 일에 오랜 지적 관심을 두었다. 시민적 비판정신의 부재가 이 시대의 모든 부당한 권력들을 횡행케 하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믿으며 『한겨레』 『현대시학』 등의 신문·잡지에 칼럼을 기고했다.
대표작으로는 『아침의 피아노』 『이별의 푸가』 『낯선 기억들』 『상처로 숨 쉬는 법』이 있고, 번역서 『애도 일기』, 강의록 『희망은 과거에서 온다』 『철학자 김진영의 전복적 소설 읽기』 등이 있다. 홍익대학교, 서울예술대학교, 중앙대학교, 한양대학교 등에서 예술과 철학에 관한 강의를 했으며, (사)철학아카데미를 비롯한 여러 인문학 기관에서 철학과 미학을 주제로 강의했다. (사)철학아카데미 대표를 지냈다.

김진영(지은이)의 말
역사가는 과거로부터 희망의 불꽃을 가져와 점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입니다. 우리가 빼앗긴 전통을 회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미래의 내 아이들의 얼굴이 아니라, 과거의 우리 아버지들과 어머니들의 얼굴을 기록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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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 차

1강 발터 벤야민, 혹은 한 지식인의 삶 5
2강 발터 벤야민 혹은 꼽추 난쟁이 37
3강 벤야민, 근대성, 비상사태 64
4강 근대성과 신화성: 진보주의, 자본주의, 판타스마고리 107
5강 근대성과 종교: 돈, 무의식, 주물주의 149
6강 근대성과 정치: 폭력, 법, 정의 187
7강 근대성과 육체: 에로스, 불임증, 생명 215
8강 근대성과 예술: 아우라, 사진, 영화 247
9강 근대성과 대도시: 메트로폴리스, 폐허, 아카이브 287
10강 근대성과 역사: 전통과 상속권을 찾아서 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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