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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조세희 지음
출판사 - 이성과힘
초판일 - 2000-07-10
ISBN - 899515120X
조회수 : 5428

● 목 차

작가의 말 = 7

뫼비우스의 띠 = 13
칼날 = 31
우주 여행 = 60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80
육교 위에서 = 145
궤도 회전 = 159
기계 도시 = 180
은강 노동 가족의 생계비 = 195
잘못은 신에게도 있다 = 212
클라인씨의 병 = 235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 264
에필로그 = 304

해설| 대립적 세계관과 미학 · 김병익 = 319
신판 해설 | 대립의 초극미, 그 카오스모스의 시학 · 우찬제 = 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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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서평]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보고서! 그러나 소외된 사람은 없다!!!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단 하루라도 천국을 생각해 보지 않은 날이 없다. 하루 하루의 생활이 지겨웠기 때문이다. 우리 생활은 전쟁과 같다. 우리는 그 전쟁에서 날마다 지기만 했다.”“

‘난쏘공’은 1970년대 어느 날을 살아가던 난장이 김불이 가족의 이야기이다. 결국 날아든 철거 계고장. 비록 잠깐이었지만, 김불이 가족들에게 행복을 느끼게 했던 서울 낙원구 행복동 46번지는 ‘행정 대집행법’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강제 철거될 신세가 된다. 농촌을 떠나 도시로 향해야만 했던 사람들. 서울 변두리에는 ‘판자촌’이라는 그들만의 집단 거주지역이 생긴다. 고층 아파트 건설 열풍과 그 아파트 그늘 아래의 ‘판자촌’.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은 두 세계의 공존이 1970년대 서울의 모습이었다.

그때에도 역시 국가는 그들의 편이 아니었다. “어떤 놈이든 집을 헐러 오는 놈은 그냥 놔두지 않을 테야!”하며 분노하는 영호에게 아버지 김불이는 체념의 한 마디를 던진다. “그들 옆엔 법이 있다.” 낙원구청장이 난장이 가족들에게 보낸 철거 계고장에는 “귀하 소유 아래 표시 건물은 주택 개량 촉진에 관한 임시 조치법에 따라 행복 3구역 재개발지구로 지정되어 서울특별시 주택 개량 재개발 사업 시행 조례 제 15조, 건축법 제 5조 및 동법 제42조의 규정에 의하여...(중략)”라 적혀있다. “무슨 법에 의거하여...또 무슨 법에 의거하여... 이번에는 또 무슨 조례에 의거하여.....” 말들도 참 잘 만들어 낸다. 안타까운 것은 도대체 뭔 소린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는 것! 이 종이딱지를 받은 사람은 자신의 집이 쇠망치에 허물어져도 할 말이 없다. 종이딱지는 법이고 법은 우리의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버지 김불이는 너무나 지쳐 보인다. 그가 주로 해 오던 일은 채권매매, 칼 갈기, 고층 건물 유리 닦기, 펌프 설치하기, 수도 고치기, 서커스 단원 등. 난장이 아버지는 타인과 함께 하는 노동을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결국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았고, 이제는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지쳐버렸다. 이웃 동네 청년 ‘지섭’은 김불이에게 <일만년 후의 세계>라는 책을 선물하지만, 그다지 영양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김불이’와 ‘지섭’ 그리고 <일만년 후의 세계>는 현실의 도피처를 찾고자 한다. 그래서 가족들은 더욱 더 지쳐간다.

아들들은 회사에서 쫓겨났다. 사장에게 “당신이 당하고 싶지 않은 일을 공원들에게 강요하지 말라”고 말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동료들이 외면하는 속에서 결국 두 아들만 회사에서 쫓겨난다. 사장은 불황이란 말을 종종 사용한다. 열심히 일한 자에게 돌아올 부귀영화도 이야기했다. 그러나 상황은 자꾸만 나빠진다. 공장 식당 반찬으로 ‘무말랭이’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승급기회도 줄고, 야간수당도 줄었다. 공원도 줄었다. 사람은 줄었는데 일량은 많아졌다. 공장규모도 커졌다. 회사가 경쟁에서 지면 회사는 문을 닫아야만 한다는 말을 공원들은 가장 무서워했다.

“사장에게는 다행한 일이었다. 그 집 식구들은 정원 잔디를 기계로 밀어서 깎았다. 그 집 정원에서는 손질이 잘 된 나무들이 밝은 햇빛을 받아 무럭무럭 자랐다. 그 집 나무들은 ‘나무 종합 병원’에서 나온 나무 의사들이 돌보았다.” ‘고층 아파트’와 ‘판자촌’, ‘사장집의 풍성한 정원’과 ‘무말랭이 없는 노동자들의 식탁’. 공존할 것 같지 않은 두 세계의 공존이다.

사람들은 여동생 영희를 난장이라 믿지 않았다. 너무 예쁘기 때문이다. 깨끗한 빵집에서 일하는 영희는 오빠들보다는 좋은 조건이다. 그러나 우리 집의 입주권을 이십오만원에 사간 ‘그’의 폐쇄된 아파트에서 ‘그’의 인형이 된다. ‘그’에게는 절대로 ‘안 돼요’란 말을 할 수 없다. ‘그’는 어린 나이에 너무 많은 것을 가졌다. 우리 집의 입주권은 ‘그’의 손을 거쳐 두 배의 가격으로 팔린다. 그러나 이것은 ‘그’에게는 하나의 연습일 뿐이다. 주택공사의 직원도 ‘그’에게는 아랫사람에 불과하다. ‘그’는 나날이 강해지지만, 영희와 식구들은 갈수록 약해진다.....

‘난쏘공’을 읽다 보면 동화책을 읽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읽고 나면 현실에 대한 너무나 사실적인 스케치라는 것을 알게된다. 유신시대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다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아마도 동화책처럼 소설을 쓴 것 같다. 동화적 기법을 사용했지만 소재 자체는 당시의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다. 급속한 자본주의화, 저임금을 위한 저곡가 정책으로 농촌은 붕괴되어 갔다. 사람들은 도시로 향했고 청계천, 남산 등지에는 일명 ‘판자촌’이 생긴다. ‘판자촌’의 사람들은 일거리를 찾아 도시를 배회하지만 일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노동조건은 악화되고 노동자들은 굶주리지만, 회사는 나날이 성장한다. 전태일 열사의 죽음, 광주대단지투쟁 등이 이 시기 사회 현실에 대한 민중들의 표현이었다.

30여년이 지난 지금, 2005년 우리의 삶과 70년대의 삶이 그다지 달라 보이지 않는다. 울산건설노동자들의 투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그들의 요구안을 들어보면, 도대체 우리가 지금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 지 혼란스럽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화장실을 만들어 달라! 식사할 수 있는 곳을 만들어 달라!” 집 없는 철거민들의 투쟁은 더욱 극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30년이 지났지만 철거민들의 생존권은 행복동의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문제는 계속 반복된다.

‘난쏘공’의 작가는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은 두 세계가 공존하고 있는 현실’을 도저히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고층 빌딩의 그늘에 가려진 ‘음지’의 존재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을 것이다. 작가는 사진촬영을 하듯이 ‘음지’를 그렸다. ‘음지’의 사람들은 일명 ‘소외된 사람들’이다.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람들이 들으면, 소외 받지 않은 사람들은 충격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인가를 하겠지! 사실 이 소설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여기까지이다. 당시로서는 ‘소외된 사람들의 존재’만으로도 사회적 충격은 대단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인간사회의 본질에 대한 질문은 매우 호소력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30여 년이 지난 지금, ‘소외’라는 문제로 현실을 올바르게 해석할 수는 없다. 문제에 대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난장이 가족과 행복동에 살고 있는 100여 세대의 사람들은 과연 ‘소외’된 사람들이었을까? 그들은 ‘소외’된 것이 아니다. 그들은 거대한 산업화라는 물줄기에서 이탈하여 주목받지 못하는 시냇물이 아니다. 난장이 가족은 1970년대 자본주의라는 큰 물줄기 속에 존재하는, 자본주의 체제 강화를 위한 필요조건이다. 마찬가지로 지금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소외된 사람’도 ‘보호받아야 할 사회적 약자’도 아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지금 시대 자본주의가 원하는 노동 또는 노동자의 형태이다. 철저히 자본주의의 의도대로 만들어졌다.

또 고층 아파트와 판자촌의 공존은 과연 모순인가? 한 편에서는 굶주리는데 다른 한 편에서는 비싼 돈을 들여 정원을 가꾸는 것이 모순인가? 오히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그런 모습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당연하다. 바로 자본주의의 폭력적 본질이다. 사실 강남의 초고층 아파트 뒤에 있는 비닐하우스 촌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을 자본주의는 결코 갖지 못한다. 강제철거 말고는...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는 비정규직 양산의 문제, 빈부격차 심화 문제는 자본주의의 본질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의 문제’로 접근한다면, 결국 자본가들과 같은 위치에 서게 될 것이다. 우리의 숙제는 ‘소외된 사람들’을 비교적 덜 소외시키는 사회 안전망 확보 투쟁이 아니라, ‘소외 계층’의 존재 자체를 거부하는 투쟁이 되어야 한다.


“울지 마, 영희야.”
큰 오빠가 말했었다.
“제발 울지 마. 누가 듣겠어.”
나는 울음을 그칠 수 없었다.
“큰 오빠는 화도 안 나?”
“그치라니까.”
“아버지를 난장이라고 부르는 악당은 죽여 버려.”
“그래 죽여 버릴게.”
“꼭 죽여.”
“꼭”
-(울고 있는 영희를 큰오빠가 달래는 소설의 마지막 부분)
from lmagit.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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